[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독신제'를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브라질 아마존 일대의 선교를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가톨릭 보수진영 등의 반발 등으로 일단 물러선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 회의(시노드ㆍSynod)에서 아마존 이슈에 대한 '교황 권고'라는 서한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서 아마존 지역 내 사회 정의와 환경 보호, 원주민 인권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줄 수 있다는 권고 등은 없었다.
가톨릭에서는 브라질 아마존과 같은 오지에 선교 목적의 사제를 확보하기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주는 방안이 논의됐었다. 그동안 교황은 사제독신제와 관련해 사정 등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피력했다.
전임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사제독신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책의 이름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전ㆍ현직 교황 간의 의견이 맞섰다는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가톨릭에서는 교황이 그동안 금기시됐던 문제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다만 이런 교황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 가톨릭 보수진영은 반발했다. 특히 사제독신제의 경우 오랜 가톨릭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가톨릭 보수 진영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를 했던 이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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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에 권고가 빠졌다는 이유로 교황이 사제독신제의 예외적용을 포기했는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결정을 미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여성 부제 임명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사제가 없는 아마존 원주민 가톨릭계의 경우 여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여성 부제는 허용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가톨릭 보수진영은 이 경우 여성의 사제 임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발해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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