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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비핵화주의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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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훗 장관 "핵없어 美가 무시" 美장성과 대화후 태도 바꿔
1987년 원자력발전소 세우려다 접어…이번에도 가능성 낮아
학계도 부정적 입장 "진중하지 못한 농담같은 발언 충격적"

인도네시아, 비핵화주의 포기하나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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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동남아시아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와 현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0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루훗 판자이탄 해양ㆍ투자조정부 장관은 최근 '농업 위기상황실(워룸)' 발족 행사에 참가한 자리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인도네시아도 이제 핵을 개발할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그가 조코위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에게 "누가 세계의 위기를 부르나? 바로 핵을 가진 국가들"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핵개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초 핵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2017년 러시아 로사톰 국가 원자력에너지협회가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제안했을 때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의 180도 변신은 사적으로 만난 미군 장성의 태도 때문이다. 루훗 장관에 따르면 이 장성은 북한, 중국과의 대화를 원할 뿐 인도네시아는 안중에도 없었다. 특히 루훗 장관에게 "핵에너지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역시 군 장교 출신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 중국과 대화를 할 뿐, 인도네시아를 외면하는 이유는 바로 핵을 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핵을 보유한다면 두려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당시의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 인도네시아의 친환경에너지 자원이 방대한 데다 핵 발전소 구축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개발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루훗 장관의 발언에 인도네시아는 민감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찬반투표를 실시할 정도로 사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외교적으로도 관심을 끌어 모하마드 아자드 주인도네시아 이란 대사는 인도네시아가 위협적이지 않은 에너지원으로서 핵을 개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자드 대사는 "이란에서 핵 에너지를 포함한 첨단 과학을 이끌고 있는 주체는 젊은 세대"라며 "인도네시아도 핵을 개발할 준비가 돼있다"고 부추겼다. 이어 젊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해 루훗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현지 학계에서는 그의 발언이 즉흥적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가자마다대학 국제관계 전문가인 무하디 수지오노는 정부 고위인사의 발언이 대중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루훗 장관의 태도가 충격적이며 진중하지 못한 농담같은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핵무기 폐지운동본부(ICAN)'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지오노는 인도네시아가 지속적인 비핵주의를 고수하고 있으며 외무부 장관 역시 인도네시아를 비핵화 국가로 유지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국제 사회에서의 협상력은 핵에너지 보유 여부와 관계없다며 핵 보유는 이란과 북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수 있는 요인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핵무기개발금지조약(TPNM) 서명국이다. 국제안보부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국제사회의 핵무기개발 억제노력을 지지하고, 어떤 핵실험이나 핵개발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자카르타포스트는 그의 발언에 대해 "핵개발인지, 원전개발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반세기전에도 있었다. 1958년 원자력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1964년에는 원자력기본법을 만들었다. 1965년에는 반둥에 핵연구로 1기가 가동됐다. 이후 수하르토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전건설 준비위원회가 세워지고 1987년에 핵발전소 건설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사회적 반발과 종교, 정치적 환경으로 실제 개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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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인도네시아는 원전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에 9시간에 걸친 대규모 정전사태로 300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본 사고가 발생하자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일환으로 원전을 꺼내든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국가경제산업위원회 에너지광물자원부와 전력공사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nyonya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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