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회, 모바일 기기 공통 충전기 도입 결의안 통과
재활용 가능한 케이블·충전기 늘려 추가 구입 않게 해야
애플은 반대 "입법은 혁신 억제, 되려 전자 폐기물 늘어"
'충전기'에 케이블과 커넥터까지 포함되는지 불명확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유럽 의회가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에게 공통 충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유럽 의회는 오는 7월까지 단일 충전기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31일(현지시간) CNN과 맥루머스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에서 전자기기 충전기를 통일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584표, 반대 40표로 통과됐다.
EU 의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브랜드나 종류에 관계 없이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충전기 도입을 위해 이번 결의안을 마련했다. 재활용 가능한 케이블과 충전기를 늘리도록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기기를 살 때마다 충전기를 구입하도록 요구받지 않아야 한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U 위원회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노력해 충전기의 유형이 줄어들었지만 하나의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전자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선택을 사용할 수 있도록 EU의 규제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휴대용 충전기로 쓰이는 충전 포트는 구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된 '마이크로 USB'와 최근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기에 적용된 'USB-C', 그리고 애플 제품에 쓰이는 '라이트닝 커넥트' 세가지가 있다. EU 의회가 통과시킨 결의안에는 표준이 어떤 유형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대부분 제조사들이 USB-C 타입을 채택하고 있어 애플의 라이트닝 커넥트가 표준이 될 가능성은 낮다.
애플은 2012년을 기점으로 30핀 커넥터에서 라이트닝 커넥터로 전환했다. 2010년에는 마이크로 USB가 표준으로 채택됐으나 애플은 독점적인 포트를 유지했다. USB-C 커넥터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부터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에는 USB-C 커넥터를 장착했으나 아이폰에는 라이트닝 포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11 프로와 맥스 모델에 USB-C 타입 충전기를 제공했다.
애플은 USB-C 같은 표준화된 충전 포트를 강제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한다. 애플은 EU 의회의 결의안과 관련한 성명에서 "모든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커넥터 유형을 규제로 강요하는 것은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제하게 될 것이며 소비자들과 유럽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10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가 라이트닝 커넥터를 채택해서 출하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액세서리나 장치 제조사들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입법은 유럽과 전세계 애플 제품 이용자들의 수억개의 기기와 액세서리를 파괴하고 전례없는 양의 전자 폐기물을 만들어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결의안이 충전기 표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충전기 자체인지, 충전기와 커넥터 케이블 모두를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 최근 EU 위원회가 공개한 '모바일 기기에 대한 공통 충전기 영향 평가 연구(Impact Assessment Study on Common Chargers of Portable Devices)'에서는 충전기, 케이블, 연결 포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 보고서의 요지는 제조사들의 서로 다른 충전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상호 운용 가능한 외부 전원 공급장치와 결합하는 공통의 커넥터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맥루머스는 "다만 EU 위원회가 이 평가 권고를 받아들여 결의안에 명시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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