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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DNA부터 재심 청구까지…다시 보는 '이춘재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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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DNA부터 재심 청구까지…다시 보는 '이춘재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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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영원한 미제로만 남을 것만 같았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구 화성연쇄 살인사건)'이 30년이 넘어서야 베일을 벗었다. 과학수사의 발전은 과거 사건 발생 시 증거물에서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할 DNA를 검출하는데 성공했고,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를 특정해냈다.


프로파일러 투입을 비롯해 경찰의 다각적 노력 끝에 이춘재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자백 이후 사건은 또 한 번 요동쳤다. 진범이 검거된 줄로만 알았던 '8차 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으로 확인됐고, 미제로 남았던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등 4건의 추가 살인이 있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의 '주먹구구식' 수사와 인권침해가 만천하에 드러났고, 진범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윤씨의 재심이 곧 시작되고, 과거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검찰의 과오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 중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숨가쁘게 달려 왔던 '이춘재 추적기'를 정리한다.


[이슈 점검]DNA부터 재심 청구까지…다시 보는 '이춘재 연쇄살인'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3년 만에…DNA로 특정한 이춘재=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은 1986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7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후 끔찍한 악몽은 5년 동안 10회에 걸쳐 반복된다. 총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경찰은 연 인원 200만명을 동원하고도 결국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세간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범인은 당시 많은 증거물을 현장에 남겼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과학수사 기술이 발전한 현재였다면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도, 범인을 특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이 사건은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는 듯 했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발견한 상당수의 증거물은 여전히 미제사건 담당부서에서 보관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해마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새롭게 DNA를 검출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 3건의 현장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가 경찰에 회신됐다. 이춘재의 존재가 경찰에 확인된 순간이다.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살인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수감 중인 인물이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대거 투입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해 이윽고 10월1일, 이춘재의 자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슈 점검]DNA부터 재심 청구까지…다시 보는 '이춘재 연쇄살인'


◇"10차례 살인 모두 내가했다" 충격 빠뜨린 자백= 이춘재의 자백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화성에서 발생했던 10건의 살인은 물론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진범이 검거된 줄로만 알았던 '8차 사건' 또한 이춘재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모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윤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에서야 가석방됐다.


이춘재가 8차 사건 또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에서 "피의자(이춘재)의 자백과 당시 수사기록에 의한 현장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부분 현장상황과 부합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8차 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춘재는 당시 발생 일시와 장소, 침입 경로, 피해자 모습, 범행 수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말을 손에 끼고 맨발로 침입했다'는 침입 수법은 현장 상황과 일치했다.


윤씨를 검거하고 유죄를 인정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던 당시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검증 결과에도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경찰과 검찰은 오류와 조작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증거에 잘못이 있었다는 점은 뚜렷이 확인된 것이다. 윤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윤씨는 당시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도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20년 억울한 옥살이의 한이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슈 점검]DNA부터 재심 청구까지…다시 보는 '이춘재 연쇄살인'


◇피해자 억울함 풀어줄 '과오 반성' 절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드러난 사건은 '연쇄살인'뿐만이 아니다. 미제로만 남았던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사했던 형사계장과 형사 등 2명은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사건과 관련, 김양의 시신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김양의 아버지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으나, 경찰이 이를 묵살하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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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건은 과거 수사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향후 윤씨의 재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과오는 더 드러날 수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어렵지만 이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과 검사 등이 대거 입건됐다.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과오 반성과 실질적인 피해 구제만이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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