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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신중함과 머뭇거림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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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신중함과 머뭇거림은 다르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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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세상의 모든 운동과 다이어트 비법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는 것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요가는 몸매를 예쁘게 만들어준다지만 칼로리 소모는 별로 안 되고, 검도는 정신 수련에 좋다지만 팔근육만 너무 발달시킬 것 같고, 춤을 좋아하지만 학원이 너무 멀고 등등. 그렇게 고민만 하다 몇 주가 가버렸다. 어느날 집에 오는 길에 눈 앞에 보이는 헬스장에 '한 번 구경이나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바로 회원권을 끊었다. 이미 돈을 냈으니 아까워서라도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이게 최선의 방법일까?" ,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누구도 해봤는데 실패했다던데." 생각을 많이 해봤자 일을 추진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이런저런 두려움에 용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무식하면 용감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저지르라고 권하고 싶다. 할 수 있는 확률이 99퍼센트인데 할 수 없는 확률 1퍼센트를 붙들고 있으면 결국은 내가 그 1퍼센트가 된다. 반면 안 되는 이유가 99가지나 있어도 되는 이유 하나만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내가 킬리만자로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득 '20대 마지막 날을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탄자니아행 비행기표를 끊고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할 친구들을 찾아 5명을 이끄는 원정대장이 되어 킬리만자로를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산행이 시작되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첫날부터 폭우가 쏟아져 땅이 진흙탕이 되었고 텐트와 옷이 몽땅 젖었다. 그 상태로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얼어 죽을 뻔했다. 천근만근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등정하다가 고산병까지 심하게 앓았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오고 바들바들 떨리고 잠잘 수도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내가 겪은 고산병은 심각한 것이었다. 보통 산에서 사망하는 산악인들은 잠들 듯이 죽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서 웃으면서 사진 한 장 찍자'는 친구들과의 약속 하나로 우리는 다 함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1년 후에 나는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이번에도 역시나 고산병이 왔다. 하지만 한 번 겪어봤기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 때문에 정상 등반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탄자니아행 비행기표를 샀던 날 인터넷을 검색했더라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일단 산에 올랐기 때문에 심각한 고산병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수많은 꿈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중 쉽게 이룬 꿈들은 내 삶을, 나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반면 킬리만자로 등반처럼 극한의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처럼 가치 있고 원대한 꿈 역시 때로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래도 용기 내서 시도해야 한다. 이것이 될지 안될지, 몇 명이나 성공하고 실패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만 한다면 당신의 삶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밥 먹듯이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면 애초에 꿈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킬리만자로와 에베레스트를 올랐어도 여전히 산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산에 가기로 마음먹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난 아직도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순간 동네 뒷산과 에베레스트는 별 차이가 없다. 일단 오르기 시작했으므로 어떻게든 계속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해야할 일은 일단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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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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