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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이 토로한 외상센터는 왜 지역별 나눠먹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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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5개 권역외상센터 토대로 운영방안 구상
"경제성 낮다" 지적에 당초 계획 수정..지역별 분산
센터당 지원예산도 1000억→100억원 대폭 삭감

이국종이 토로한 외상센터는 왜 지역별 나눠먹기가 됐나 지난해 8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아주대병원에서 구조사, 병원관계자 등이 응급의료헬기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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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는 2009년 '한국형 외상 전문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전국을 3~5개 권역으로 나눠 광역거점별 외상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의뢰에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2011년 6개 권역에 각 한곳씩 권역외상센터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되는 환자수나 헬기 등을 이용한 이송체계, 센터의 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였다. 시설을 마련하는데 한곳당 790억원 정도 들 것이란 추정치도 덧붙였다.


복지부 역시 비슷한 내용으로 구체적인 사업안을 짰는데 예산권한을 쥔 기획재정부에선 퇴짜를 놨다. 그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비용ㆍ편익을 분석해보니 0.5가 채 안 됐기 때문이다. 비용편익률이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인정받는데 한참 못 미쳤던 것이다. 복지부는 해당 지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자살시도 등 일부 변수가 반영되지 않아 차이가 있다는 등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아덴만여명작전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석해균 선장이 가까스로 치료를 받고 살아나면서 외상센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시기였다. 국회 등 정치권 안팎에서도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전국 17개 권역에 외상센터를 짓겠다는 쪽으로 정부는 결정했다. 복지부가 외상센터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2년 만에 말이 바뀌었다.


이국종이 토로한 외상센터는 왜 지역별 나눠먹기가 됐나 2011년 당시 총상을 입고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석해균 선장


애초 환자 상태에 따라 중증도를 나눠 등급별 센터를 두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전국 각 시ㆍ도 16곳에 고르게 나눠 짓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원예산규모도 원래 센터당 1000억원가량에서 100억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현재와 같이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골격은 이때 확정됐다.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이 없다. 김윤 교수는 통화에서 "당초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은 권역센터를 크게 7곳 운영하자는 것이었는데 이후 작은 센터를 여러개 짓는 쪽으로 바뀌었다"면서 "복지부에서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 안팎에서는 최근 드러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병원간 갈등 역시 과거 수년간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싼 마찰이 누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외상센터를 작게 만드니까 모병원, 본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애초 크게 지었다면 이런 갈등이 적었을 텐데, 작게 해두고 병원과 센터간 문제는 잘 해결해라식으로 두면 해결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정부가 이런 식으로 소규모 외상센터를 짓는 쪽으로 결정했다면 병원에서 외상센터를 어떻게 운영할지 구체적인 부분까지 관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과계가 겪는 고질적인 인력난이 더해지면서 외상센터 운영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최석호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당장 외과나 흉부외과는 물론 정형외과 같은 곳에선 전공의 자체가 적은데 외상센터 파견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격무에 시달리는데다 경제적 보상이 따라주는 게 아니다보니 인력수급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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