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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우리는 미드의 그림에서 미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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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미드ㆍ크레이그 호젯 '시드 미드의 무비 아트워크'
전설이 된 SF 디자이너의 미래 도시 설계 뒷이야기

[이종길의 가을귀]우리는 미드의 그림에서 미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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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비주얼 아티스트 시드 미드가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그는 SF영화 '에일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등의 배경을 설계한 인물이다. 미래사회 속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감각적인 스타일로 표현했다. 기술 친화적인 세계관을 더해 성숙해진 영화산업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늘날 사이버펑크 교과서로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가 대표적인 예다.


미드는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를 어둡고 혼란스럽게 표현했다. 오염된 산성비와 흐릿한 빛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도시는 겹겹이 쌓인 케이블 뭉치와 버려진 건물로 가득 차 있다. 얼핏 보기에 비현실적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우리가 사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드가 당시 첨단 기술을 근거로 사물과 정보에 대해 이해하고 영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종길의 가을귀]우리는 미드의 그림에서 미래를 보았다


설득력 있는 세계관은 '시드 미드의 무비 아트워크'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드가 40년간 작업해온 영화 속 미래 디자인을 한 데 모아 소개한다. 각 장마다 작업 과정과 숨겨진 이야기가 곁들여져 영화 팬들은 물론 예술가ㆍ디자이너 등에게 도움을 준다.


미드는 자기의 상상력을 단지 예술 표현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한 공학지식으로 상상 속의 기기를 구현했다. 사물과 그 주변에 대해 파악하는 안목을 심어주며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 호기심을 주고 싶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가장 공 들인 디자인은 자동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미래 사회를 현실과 비현실이 통합된 비주얼로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미드는 그 시발점이 자동차라고 생각했다. 주변 환경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종길의 가을귀]우리는 미드의 그림에서 미래를 보았다


실제로 영화에서 택시는 미래 로스앤젤레스의 환경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많은 힌트를 준다. 흐릿한 불빛 사이로 쭉 늘어선 상점들. 건너편 우범 지역에서는 무장 경찰들이 구역을 나눠 순찰한다. 고독한 분위기가 흐르는 건물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자태는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한 그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래 도시를 마치 국수주의자들의 세상처럼 그려놓았다.


미드는 각 요소들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새롭게 만들기보다 기존 부품을 전략적으로 조합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같은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폐품이나 여러 부품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 듯이 제작했다. 그 덕에 '블레이드 러너'는 현시대 제3세계 극빈국과 강대국이 합쳐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드는 산업디자인 경험에서 터득한 작업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기존의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미래 디자인보다 강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책에 나오는 간략한 스케치조차 부수적 디테일이 풍부하다.


이는 이야기에서 감정적 교감을 전하는 데도 크게 한몫했다.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순찰차가 대표적인 예다. 운전자와 융화할 듯한 디자인으로 구현돼 릭 데커드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준다. SF영화의 치명적인 고뇌를 예술적 형태로 풀어냈다.


[이종길의 가을귀]우리는 미드의 그림에서 미래를 보았다


미드는 그로부터 35년 뒤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서도 미래도시를 설계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라스베이거스의 디스토피아적인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예상대로 미드는 놀라운 비주얼을 갖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순수하거나 아름답거나 따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따로 어두운 분위기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강한 아름다움을 원했다.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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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뇌브 감독은 꿈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대담하고 기술 친화적인 그림 하나하나를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장엄하고 이상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힘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미드가 자주 그린, 이제는 그가 있을 것만 같은 보랏빛 연무가 낀 일몰의 유경 말이다. 고이 잠드소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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