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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분노ㆍ갈등의 일상화와 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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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분노ㆍ갈등의 일상화와 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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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유독 분노, 갈등, 진영 등 대립적이고 논쟁적인 용어들이 유행했다. 정치적으로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정부,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끝을 모른 채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직도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둘러싼 대립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대립으로 이미 여야가 합의한 데이터 경제 3법 등 민생 법안도 발목이 잡혀 있다. 경제적으로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데, 아직 혁신 성장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혁신 모빌리티, 원격 의료,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신산업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고 유럽, 일본도 이제 전열을 정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구호로 달려온 지난 20년간의 눈부신 ICT 부문의 성과는 정작 ICT 기반 융합 서비스를 통한 결실은 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아직도 이어지는 이른바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 진보의 민낯을 보여준 것을 넘어 산업화, 민주화 세력을 포함하는 기성 기득권 집단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를 자극했다. 우리네 삶의 근본인 원칙과 상식을 위협하고 신뢰의 사회자본을 훼손하면서 무규범이 일상화하고 사회윤리가 붕괴하는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정의, 공정, 평등이라는 가치는 헌법에만 있는 것이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위 지식인들도 개인과 가족의 평안한 삶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더 암울하다. 이 세대는 최초로 아버지보다 가난한 아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성장과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력 대체 등으로 신규 일자리는 없어지는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제 분노와 갈등이 일상화하고 있다. 분노와 갈등을 이용해 성공한 정치인이 바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멕시코인 등 이민자들과 무슬림을 범죄자로 규정하며 그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또한 "빼앗긴 일자리를 돌려주겠다"는 구호로 '러스트 벨트'에 머물던 저소득, 저학력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용해 집권에 성공했다. 무고한 이민자와 무슬림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미국의 성장과 안보의 적으로 취급하며 자기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희생양을 만들고 그들에 대한 분노와 갈등의 에너지로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세부 이슈별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겠지만 해법의 이념적 기초는 공화주의 정신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사적 권리보다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을 강조하는 이념이 공화주의다. 자유주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정당하게 생동하는 힘으로서 개인의 사익 추구 개념, 개인 이익들의 총화와는 별개로 자율적인 공익 개념의 거부를 내용으로 한다. 이에 반해 공화주의는 선한 삶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며, 객관적인 공익 개념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정치 생활 속에서 인격의 성장과 발전을 강조한다. 즉 공화주의는 시민들이 덕을 갖고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공선에 대한 헌신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헌법도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공화의 정신이란 우리 민족이 오랜 기간 가져온 이웃에 대한 배려,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런 공화의 정신 아래 기성세대와 신세대, 보수와 진보,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 간 갈등이 해결되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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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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