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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에펠탑과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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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에펠탑과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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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파리는 에펠탑과 함께 기억된다. 미국 뉴욕이 자유의 여신상, 독일 쾰른이 대성당, 터키 이스탄불이 아야소피아와 함께 떠오르듯이. 우리는 그곳을 떠날 때 작은 모형이나 마그네틱같은 물건을 산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수전 스튜어트는 기념품을 '노스탤지어, 즉 기원을 향한 갈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물'로 규정한다. 그가 보기에 에펠탑 모형같은 기념품은 "노스탤지어라는 충족될 길 없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물건"이다.('갈망에 대하여'·글누림)


에펠탑을 설계한 사람은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1832년 12월15일~1923년 12월27일)이다. 에펠은 파나마 운하의 수문,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을 설계하는 데 관여했다. 에펠탑은 1930년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이 들어설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건립 당시 높이는 약 300m. 에펠탑은 처음에 시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소설가 기 드 모파상도 에펠탑을 혐오했다. 그는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 탑의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파리시는 1900년에 열린 만국박람회를 위해 에펠탑을 세웠다. 박람회는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했다. 대한제국도 참여해 갓, 모시, 가마, 돗자리 등 특산품을 전시했다. 독립국으로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인종차별이 박람회를 지배했다.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흑인과 카나크 족의 마을이 재현됐다. 흑인 마을엔 세네갈과 가봉 출신 아프리카인, 카나크 족의 마을엔 뉴헤브리디스 제도 등 남태평양 식민지의 주민을 전시했다.


유럽의 문물이라면 뭐든 흉내 낸 제국주의 일본은 1907년 3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도쿄에서 박람회를 열었다. 이때 '학술인류관'이라는 공간에 조선인을 전시했다. 이미 4년 전 오사카 박람회에서 조선 여성 두 명을 구경거리로 내돌린 일본은 이번에도 상투를 튼 남성과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을 구경거리로 삼았다. 이 사실을 안 조선은 분개했다. "예전에 우리가 아프리카 토인종을 불쌍히 여겼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찌 그들이 우리를 더욱 불쌍히 여기게 될 줄 알았으리오."(대한매일신보 1907년 6월21일자)


서구 제국주의는 우월의식에 기초하고, 우월의식은 타자(화)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일본인은 백인이 아니었고 조선은 유럽의 식민지처럼 미개하지 않았다. 유일한 선택지는 조선의 후진성을 드러내 문명화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것이었다. 대한제국에 파견된 영국 기자 프레더릭 매켄지는 진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대한제국의 비극(1908)'에 "피압박 민족(한국)보다 더 열등한 민족(일본)이 4000년 역사를 가진 민족을 동화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썼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파산을 운명으로 이해했다. 그렇기에 그가 한 세기 전에 쓴 글은 망발을 거듭하는 일본의 오늘을 예언한다.


"일본인은 한국인의 성격이 예상하지 못한 정도로 끈질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인의 무표정한 얼굴 밑바닥에는 그들만의 어떤 단호한 정신력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일본인은 한국인을 동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인의 민족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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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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