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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깜깜이' 차기 IBK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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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김도진 현 기업은행장 임기 만료
사흘 남았음에도 내정자 발표 없어…낙하산 인사 내정 소식에 기업은행 내부 강력 반발
내부 출신 행장 배출 시스템 무너지면 상당한 진통 예상

[기자수첩]'깜깜이' 차기 IBK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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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거대 영업조직인데 현 행장 임기를 사흘 남기고도 차기 행장이 결정되지 않았다니요. 아무리 늦어도 최소 열흘 전에는 임명됐는데 사상 초유의 일에 내부 임직원들도 너무 답답합니다."


정부가 차기 IBK기업은행장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는 데 대한 한 기업은행 관계자의 우려다. 지난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은행장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오는 27일 김도진 현 행장 임기 만료까지는 불과 사흘이 남았다. 이 정도면 완벽한 '깜깜이' 인사다.


차기 행장으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 전 수석은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차관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현 정부에서는 초대 일자리 수석을 지냈다. 눈씻고 봐도 금융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은행장을 해야 할 명분 역시 찾을 수 없다.


청와대가 깜깜이 인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조는 반 전 수석 내정설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낙하산 행장 임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금융노조도 강력 투쟁에 동참한다.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조준희ㆍ권선주ㆍ김도진 행장 등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해왔다. 정부가 최대주주이고 정책금융 역할을 하는 금융 공기업이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어내고 내부 출신 행장을 앉히는 시스템이 자리잡아왔다. 실적도 좋았다.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비판한 전 정권의 '인사 적폐'가 현 정부에서 재연될 조짐이다. 이 정도면 '자가당착', '자승자박', '내로남불'이다.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 등 내부 반대가 극심해도 일단 청와대가 차기 행장을 임명해야 취임 전 노조와 대화를 하고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다"며 "청와대가 노조 반대를 우려해 막판에 '전광석화' 식으로 인사를 내려는지, 정말 내부 인사 등 다른 인물로 방향을 틀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르면 문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24일 차기 기업은행장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고 끝에 내부 출신 행장 인선으로 방향을 틀지, 예상대로 반 전 수석을 내정하고 막판에 발표만 하는 깜깜이 인사가 될지가 조만간 드러난다. 관치금융, 인사적폐를 그토록 비난해 왔던 정부가 적폐를 몸소 보여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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