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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라도 꽉닫힌 지갑…가계부채에 발목잡힌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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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P 오르면 美가구소비 0.05%P 늘지만 韓선 0.02%P 증가

39세 이하 청년층선 오히려 0.002%P 감소…이자부담에 소비 줄여

전문가 "가계부채, 연착륙 위한 정책 필요"



집값 올라도 꽉닫힌 지갑…가계부채에 발목잡힌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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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민영 기자] #.원래 살던 흑석동 아파트를 팔고 2017년 8월 동부이촌동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 위해 대출 6억원을 낸 김지영(가명ㆍ37세)씨. 두 아들의 교육과 앞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지만 한달 대출 이자만 150만원이 넘는 탓에 삼겹살 한근 사먹기도 힘든 '자발적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외식은 어쩌다 한 번 치킨으로 하고 쇼핑은 정말 필요할 때 하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결혼 5년차이지만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간 적 없다. 김씨는 "처음 내 집 마련을 할 때에도 부모님 대출, 형제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는 대출 금액이 배로 늘어나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고 말했다.


집값은 올랐지만 가계 빚 부담이 큰 탓에 오히려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이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가계부채를 밀어올린 건 부동산이지만 소비는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9일 한국은행의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자산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집값이 1%포인트 오르면 자가 소유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0.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조건에서 미국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0.05%포인트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꼴찌에 가까운 수준인 셈이다.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은 오히려 0.002%포인트 하락했다. 대출금을 갚아야 해 소비 여력이 없는 데다 훗날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 올라도 소비 안 해 악순환=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주요 원인은 부동산으로 분석된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부장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아파트 입주 물량과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매해 평균 30만822가구, 분양 물량은 3만5923가구에 달했다.


2017년부터는 주택 가격 폭등으로 가계부채가 뛰었다. 2017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4.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9.3%에 달했다. 전세 가격도 오름세였다. 서울 주택과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각각 3.8%, 3.2%씩 올랐다. 한은이 2017년 9월과 지난해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자영업자까지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 올해 소비 흐름은 심상치 않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2.8%)보다 0.9%포인트 낮은 1.9%에 그칠 전망이다.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소비 감소로 총수요가 덩달아 줄어드는 내수 위축이 결국 자영업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부채가 많은 가구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부채가 없거나 적은 가구보다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 연체, 채무불이행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아도 빚이 많은 사람이 소비를 줄이면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는 기제로 작동해 총수요가 더 빨리 둔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로 정부도 타격= 경제에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기관이나 정부로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경제 주체별 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같은 민간 부문의 과도한 부채와 금융기관의 부실한 운용 또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금융 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이 재정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위기가 발생해 민간 부문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져 정부가 민간의 부채를 감당해야 할 경우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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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경제 파탄의 뇌관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출범 당시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한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5% 수준)를 너무 높게 설정했다"며 "그 결과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4% 수준으로 명목 GDP 증가율을 훨씬 웃돌아 경제활동 대비 신용 활동이 과다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 고용 등에서의 단기 성과 위주의 거시경제 정책이 아닌 가계부채 연착륙 등을 위한 중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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