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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쌍둥이 동생 몫까지 살고 싶어요" 국제 결혼 10년차 안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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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녀들의 수다' 출연 2010년 결혼 후 한국 생활
"외국인,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소리 듣기도
임신과 출산 세 번 반복하면서도 일 쉬지 않아

[사이드B]"쌍둥이 동생 몫까지 살고 싶어요" 국제 결혼 10년차 안나씨 제공=홍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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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170㎝가 조금 넘는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무관심하게 한 갈래로 묶은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렸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2008년 토크쇼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키르기스스탄 출신 스물 한 살의 안나 슐레포바는 한국 남자를 만나 아들 셋을 낳고 홍안나(이하 안나·33)가 됐다. 2007년 대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고 2010년 결혼과 동시에 정착해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다.


한국 유학 시절 만난 남편과 연애로 결혼까지 결심했지만 그 당시 시부모님은 '외국인은 우리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직접 말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안나씨는 "지금의 남편은 결혼해도 전혀 아쉽지 않은 남자였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부모님은 제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셨다"며 "혹시나 이 여자가 한국에 살기 위해서 우리 아들을 이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드B]"쌍둥이 동생 몫까지 살고 싶어요" 국제 결혼 10년차 안나씨


결혼 후에도 안나씨는 새로운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거듭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 시켜야만 했다. 그는 "한국에는 그렇지 않더라도 어른에게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자기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거짓말이라서 나쁘다고 배웠다"며 "그런데 어른 앞에서 '아니다'라고 하면 '눈치가 없다'고 핀잔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이드B]"쌍둥이 동생 몫까지 살고 싶어요" 국제 결혼 10년차 안나씨 홍안나씨와 남편, 그리고 아이 셋 (제공=홍안나)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아닌 일방적인 설득을 하는 말투도 그에겐 강압적으로 다가왔다. 안나씨는 "무엇인가 지적할 때 친절하게 아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타일대로 무조건 다 맞추라는 식"이었다며 "본인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할 땐 모두가 나를 반대하는 적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국적이 다른 여성들이 한국의 새로운 가족들과 살면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자신들의 문화를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나씨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문화가 맞지 않아서 허락 받지 못 했던 기억들 때문에 결혼 후 한국 사람처럼 맞추려고 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위축된다"면서 "한 친구는 시부모님이 결혼하면 너희 나라 언어도 쓰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안나씨도 대부분 식단은 한식이며 아이들도 최근에서야 러시아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한국 문화 맞추려 자신들의 문화 잊어"
한국식 교육 맞지 않아 시어머니가 학교 문제 전담
끊임없는 열정…"쌍둥이 동생의 죽음 헛되지 않게"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한 번 문화 충격을 받았다. 안나씨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아이가 물어보지 않으면 부모가 먼저 얘기하지 않는 편인데 한국에선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모임까지 만든다"며 "저랑은 그런 모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식 스타일에 비해 무관심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아이를 믿고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안나씨가 일을 하고 있기도 해서 아이들 학교 문제는 교육열이 높은 안나씨의 시어머니가 전담한다.


10년 간 세 번의 출산만으로도 힘들었을 안나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첫째 출산 하루 전 만삭의 몸으로 외국인 말하기 대회에 나갔고 둘째 임신 중일 땐 초음파 기계 모델로 광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셋째를 낳기 직전까지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으로 근무했고 지금은 광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출근 중이다. 지난주 아시안프렌즈 소속 '다정극단'의 일원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사이드B]"쌍둥이 동생 몫까지 살고 싶어요" 국제 결혼 10년차 안나씨 지난 주말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공연 '네 목소리를 보여줘'를 마친 후 홍안나(가운데 파란 옷)씨가 함께 출연한 '다정극단' 출연진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홍안나)


지치지 않는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잠깐 생각에 잠겼던 안나씨의 대답은 뜻밖에도 '죽음'이었다. 그는 "쌍둥이 동생이 20살 되던 해 생일 20일이 지나서 갑작스럽게 오토바이에 부딪혀 죽었는데 그 때부터 동생의 몫까지 두 배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며 "둘째를 출산했을 때도 난산이어서 거의 죽었다 살아났는데 살아남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진다"고 했다. 안나씨는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이 순간 언제나 할 수 있는 것 최대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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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안나씨는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집을 아직 팔지 않았다.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집을 팔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는 1년에 한 두 번은 고향을 찾아 남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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