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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당신/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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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로 살았던 김정식

이상을 연기했던 김해경은 궁금하다

임화로 살다 사라진 임인식도

내게는 뜨거운 미제(未濟)로 남아 있다


미제가 없는 시인들은 궁금하지 않다

당신



[오후 한 詩] 당신/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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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제(未濟)'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아니함'이라는 뜻으로, '미제 사건'이 그 대표적인 용례다. 그런데 이 경우 '미제'는 지금 당장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그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는 단어다. 이런 맥락에서 좀 과감하게 말하자면 영원한 '미제'란 사실 없는 셈이다. 결국 '미제'는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미제'를 아직 풀지 못한 사건이나 해명하지 못한 대상이 아니라 그것에 접근하는 우리의 태도와 결부한다면 어떨까. 즉 이미 낱낱이 그 실체가 밝혀졌거나 너무나도 뻔해 보이는 대상이라 할지라도 아직 혹은 여전히 궁구하고 탐색해야 할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믿음에 '미제'라는 단어를 얹는다면 말이다. 요컨대 어쩌면 '미제'는 시인이나 시 자체에서 발생하고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 혹은 시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 있다고 믿는 우리의 몫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오인이다. 그렇지만 그 오인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이 탄생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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