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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영생의 꿈, 그 끝은 '無錢有死 有錢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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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영생의 꿈, 그 끝은 '無錢有死 有錢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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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겸 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는 1956년 '도시와 별'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시간적 배경은 모든 인간이 한 컴퓨터에 저장된 채 새로운 신체를 계속 다운받을 수 있는 먼 미래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청소년 시절 과학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도시와 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틸은 지난 몇 년간 생명 연장과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여러 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대 세계의 최대 과제"라며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힘껏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200세 시대가 온다'는 생명공학과 디지털의학에 연구·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현재를 보여준다. 지은이 토마스 슐츠는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실리콘밸리 지사 편집장이자 미국 수석 특파원이다. 2012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며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슐츠는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취재하면서 약 150명과 만나 나눈 얘기를 '200세 시대가 온다'에 집약했다.


인류가 이제 막 100세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슐츠의 200세 시대 주장과 죽음을 해결하겠다는 틸의 의지는 허황한 망상이 아닐까. 하지만 '200세 시대가 온다'는 이 주장이 우리가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이상임을 보여준다.


지난 100여년간 인류의 수명은 10년마다 평균 3년씩 늘었다. 19세기 말만 해도 유럽인의 평균 수명은 40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80세로 늘었다. 20세기 과학ㆍ의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게다가 의학 기술 발전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클라크의 '도시와 별'에 묘사된 영생을 누리는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일찍 다가올 수도 있다.


사실 생명공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슐츠에 따르면 생명공학산업은 1976년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선보였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생화학과의 허버트 보이어 교수가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소재 스탠퍼드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다양한 생명체로부터 인공 DNA 분자를 생산하는 기술, 다시 말해 DNA 분자 재조합 기술을 개발한 게 그 시초다. 보이어 교수는 몇몇 투자자와 '지넨테크(Genentec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DNA 분자 재조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다. 회사명은 유전학(Genetics), 공학(Engeneering), 기술(Technology)의 첫 글자를 단순 조합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이 단적인 예다. 구텐베르크 이전 세계의 장서량은 3만권이었다. 하지만 금속활자 발명 50년 뒤 1200만권으로 급증했다.


생명공학도 마찬가지다. 생명공학은 지난 50여년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의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한 사실만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슐츠는 암 정복도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암은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이자 만병의 황제로 불린다. 그러나 독일 암연구센터의 미하엘 바우만 교수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한다.


항암 백신 개발에서는 체내 암세포의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신생항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신생항원은 암세포 표면에 위치해 종양이 어떻게 살고 성장하고 변이하는지 보여준다. 우리의 신체는 신생항원으로 건강한 세포와 암 세포를 구분할 수 있다. 신생항원의 특징과 기능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계학습(머신 러닝) 덕에 2010년대 중반부터 신생항원을 둘러싼 정밀 연구가 가능해졌다. 현재 생명공학 스타트업 수십 개가 신생항원으로 항암 백신을 개발 중이다.


틸이 투자한 기업 중 하나가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다.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노화세포는 살아 있지만 세포분열을 못 해 새로운 조직이 생성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노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의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은 과거에 노화세포를 제거한 쥐에게 노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음을 증명한 바 있다.


생명과학에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거물은 틸 말고도 여럿 있다.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죽음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영생 프로젝트에 5억달러(약 5980억원)나 투자했다.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의 투자자 가운데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있다.


슐츠는 생명공학을 소개하고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생명과학이 이끌 미래가 인류를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는 2017년 항암 치료제 킴리아의 사용을 승인받았다. 킴리아의 1회 투약 비용은 47만5000달러에 이른다. 미국 바이오테크업체 스파크테라퓨틱스의 럭스터나는 최초로 승인받은 유전자 치료제다. 유전자를 환자의 망막세포에 삽입하면 시각장애인의 눈이 뜨인다. 하지만 양쪽 눈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85만달러다.


슐츠는 미래야말로 가난하면 일찍 죽는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학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만큼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 간 격차는 상상초월 수준이다. 공멸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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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슐츠 지음/강영옥 옮김/리더스북)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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