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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지정학적 위험과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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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지정학적 위험과 한국 경제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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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이낸셜타임스의 기디온 라크만은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부재가 이 지역의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이 생을 마칠 때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듯이 중국과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한일 통상 분쟁,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불길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외교ㆍ안보 갈등은 미국이 전략적 질서 대신 무역 분쟁에 몰입한 결과의 산물이며 이제 중국은 동아시아 안보 시스템에서 더 이상 이차적인 역할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라크만은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는데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미국은 더 이상 동아시아 지역의 질서 수호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또 다른 중요한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차이가 있다면 동아시아가 유럽보다 훨씬 지정학적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다.


종전 후 미국의 대외 정책은 국제 규범에 따른 국제 경제 질서와 시장 중심의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자유주의 질서에 기반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간 국제기구로 구성된 브레튼우즈 체제는 그 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정치학자 배리 포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자유주의 패권 대신 비(非)자유주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비자유주의 패권은 2017년 말 공개된 트럼프 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피터슨연구소의 애덤 포즌은 국가 안보 전략이 미국 우선주의 경제와 국가 안보의 경계를 허물고 다자 간 대신 양자 간 무역협정으로, 협력이 아닌 강권을 행사하는 대외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미국이 70년간 이끈 자유주의 질서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 미국의 리더십은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흔들렸다. 2016년 시티그룹이 발간한 '글로벌 정치 위험 보고서'는 21세기에 들어와 양극화 등 국내 문제로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자원이 고갈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은 그동안 잠복해 있던 지정학적 위험이 표출되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위험은 동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 집중되고 있다. 사람들이 경제적 불안을 넘어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지정학적 위험에서 비롯한 바일 것이다.


지금 세계의 모습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떠오르게 한다. 이 투쟁은 토머스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 즉 지대추구적 거대 국가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때 먼저 우리나라는 서희(徐熙)의 외교 담판을 본받아 이웃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해야 한다. 갈등은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손실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이웃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대추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시장은 우리 경제의 탈출구다. 소규모 개방 경제의 입장에서 공동 시장은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할 효과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산공정 단계별로 국제 분업화된 글로벌 가치사슬이 21세기 국제 교역의 패턴으로 정착한 사실을 고려하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을 맞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ㆍ제조업을 중심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와 강한 동행성을 띤다. 미ㆍ중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는 다시 가라앉고 있다. 정책 당국이 산업 고도화, 산업 구조 전환의 노력 없이 총수요 위주의 통화ㆍ재정 정책에 의존해 대응한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대신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돼 한국 경제의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고(故) 루디거 돈부시는 '생각보다 더디나 그다음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난다'라는 명구를 남겼다. 22년 전 우리는 그것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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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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