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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하윤, 낙타상자의 '복자' 그리고 비BEA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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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배우 최하윤(25)은 올해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출연 작품은 두 개. 모두 스타 연출가와 함께였다. 고선웅 연출의 '낙타상자'와 김광보 연출의 '비BEA'. 최하윤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작품에서 최하윤은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매력을 보여준다.


최하윤은 '낙타상자'에서 착하고 순수한 '복자'를 연기했다. 복자는 사랑하는 이 '상자'와 연을 맺지 못하고 아버지의 노름 빚에 첩으로 팔려가 끝내 홍등가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비BEA에서는 활달한 성격이지만 만성적 체력 저하 때문에 8년 동안 침대에 누워있다 존엄사를 택하는 주인공 '비'를 연기한다. 어려운 역할이기에 오히려 최하윤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난다. 복자와 비를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지난 20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최하윤을 만났다. 연약한 소녀 같다가도 개구쟁이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연극 '비BEA'에서의 매력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씩씩하고 밝은 사람인 것 같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하윤은 2017년 2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전공은 연극영화과. 집안 사정상 바로 연극을 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에 취직했고 오후 6시에 퇴근해 떡볶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투잡을 하면서 1년간 돈을 모았다. "연극을 하지 말까 고민도 했는데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장이라도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 1년 채워 퇴직금 받았고 운 좋게 바로 극단 오디션이 있었다."


최하윤은 지난해 4월 극단 '마방진'에 입단했다. 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극단이다. 오디션을 본 사람이 110명 정도였다. 최하윤을 포함해 열여섯 명이 마방진 7기로 입단했다.


고선웅 연출은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신작 '낙타상자'를 공연했다. 최하윤의 데뷔 무대였다. 7기 단원 중 '호호'를 연기한 홍자영과 최하윤만 무대에 올랐다. "오디션은 없었다. 연출님이 이미지를 보고 뽑은 것 같다. 운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최하윤이 말한 운은 계속 됐다. 마방진 고강민 대표 추천으로 연극 '비BEA'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비BEA'를 기획한 석재원 프로듀서(PD)는 "신인 여배우가 필요했고 몇 명 추천을 받았다. 이미지가 좋았다. 최하윤을 만난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

배우 최하윤, 낙타상자의 '복자' 그리고 비BEA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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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BEA'에서 최하윤은 정식 캐스팅이 아니라 언더스터디다. 간단히 말해 연습생이다. 석 PD는 "언더스터디는 공연 날짜를 확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윤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원래 주인공인 백은혜 원캐스트로 갔을 것이다. 하윤이를 언더스터디로 결정한 뒤 낙타상자 공연을 봤는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최하윤은 '비BEA' 38회 공연 중 5회 무대에 오른다. 언더스터디로는 공연 횟수가 많은 편이다.


제목 '비BEA'는 극 중 여자 주인공 '비어트리스'의 애칭이다. '비BEA'의 등장인물은 셋이다. 비와 엄마 '캐더린', 간병인 '레이'다. 셋 모두 상처를 갖고 있다. 셋은 자신의 상처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행복을 찾고 삶을 배운다.


최하윤은 "내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많이 보면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내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비BEA'를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의 대사 중 마음장님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나도 마음장님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무의식 중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나도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들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나빠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슬퍼서 나한테 상처를 줬던 거였다. 사람은 각자 다 아픔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이 있어서 나를 이해 못했고, 그래서 내가 더 공감해줘야 되고, 더 들여다볼 수 있었을텐데 그걸 못해줘서 미안했다."


최하윤은 '비BEA'에서 현실의 비와 비의 내적 자아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실 속의 비는 침대에만 누워있다. 큰 소리로 말도 하지 못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 간신히 귀걸이나 만들 수 있다. 컨디션이 좋아야 간신히 손가락이나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내적 자아는 비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한다. 내적 자아를 연기하는 최하윤은 폴짝거리며 침대 위에서 춤도 추고 통쾌하게 고함도 내지른다. 특히 레이의 말에 반응하며 보여주는 표정의 변화가 다채롭다. 영락없는 소녀였다가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도 보인다.


석PD는 "슬픔과 밝음이 같이 있어서 캐스팅했다. 웃음이 밝은데 그 안에 울음이 있는 그런 배우를 찾고 있었다. 낙타상자에서도 같은 이미지였다. 평소의 하윤이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조금 더 무대 경력이 쌓이면 비극과 희극이 다 되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하윤은 "비의 나이가 20대 후반이다. 하지만 8년동안 침대에 누워있었기 때문에 바깥에서 친구들과 얘기한 경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현저히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적 자아의 경험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20대 초반이나 19살 정도에 머물러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물을 구축했다"고 했다. 그는 "리액션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광보 연출님이 관객들이 비가 어떤 감정인지 알아야 하니까 표정에 신경을 써달라고 했다. 어떤 감정이 드는지,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했다. 표정보다 감정에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배우 최하윤, 낙타상자의 '복자' 그리고 비BEA의 '비'

언더스터디이기에 최하윤의 공연 횟수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다. 공연을 쉴 때 그는 MBC '휴먼다큐 사랑'을 계속 본다. 아픈 아이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 등을 보면 비를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1주일에 소설을 두 세 권 정도 읽는다. 요즘은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읽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와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한다. '해변의 카프카' 너무 좋아하고, '상실의 시대'도 너무 좋아하고 '상실의 시대' 때문에 비틀스를 좋아하게 됐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좋아한다."


인터뷰 중 최하윤은 자주 통쾌하게 웃었다. "무대 위에서 내가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기운,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항상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비BEA'를 하면서 너무 즐겁고 신났다. 에너지라고 해야 되나, 그런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랑이 있고, 제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반드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갖고 열심히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


'비BEA'는 내달 3일까지 공연한다. '비BEA'를 마친 뒤 최하윤은 다시 '낙타상자'를 연습한다. '낙타상자'는 내달 17~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재연한다. 이후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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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에 대한 욕심보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대본을 읽었을 때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었으면 한다. 사람을 좀 위로하는 극이었으면, 그런 작품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 없다. 연기를 하며서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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