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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는커녕 폐업위기"…빛 바랜 제조업 메카 을지로·문래동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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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청계천 공구 상가…일감 줄고 매출 뚝, 재개발에 밀려날 위기
장인 모인 문래동…5년새 200곳 폐업, 상가 늘며 임대료도 올라

"보너스는커녕 폐업위기"…빛 바랜 제조업 메카 을지로·문래동의 한숨 문래동 동민로링테크 김동천 씨가 다각기로 부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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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예전 같았으면 직원들한테 추석에 보너스라도 주는데 일이 없으니 줄수가 없어요." (윤석태 대동산업기계 대표)


"작년보다 일감이 30~40% 줄었어요. 일을 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요. 20년전 단가로 일하는데 인건비는 너무 올랐죠."(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


도심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을지로와 문래동 일대 소기업ㆍ소공인들에게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 경기가 나빠져 일감은 줄고 매출도 쪼그라들었다. 기술을 버리고 폐업을 택하는 곳도 늘고 있다. 상가가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재개발 추진으로 인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상당수다.


"보너스는커녕 폐업위기"…빛 바랜 제조업 메카 을지로·문래동의 한숨


◆매출 급감에 폐업 고려하는 을지로ㆍ청계천 공구상가들= 을지로 공구상가에서 40년 넘게 전기부품 도매업을 운영해 온 신동명 신신전기 대표는 세금 고지서와 마이너스 통장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 대표는 "공장이나 아파트를 지어야 물건이 팔리는데 3년 사이에 매출이 4분의 3 정도 줄었다. 장사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벌이는 적은데 세금 내느라 사업자대출, 집담보 대출, 이제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었다. 올 연말에는 가게를 정리하려고 한다"며 씁쓸해했다.


청계천이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공구 도소매 업체 D사는 한달 매출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20대에 청계천 공구상가 종업원으로 시작했다는 50대 사장 A씨는 "내년 구정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마음"이라면서도 "건설사 발주 물량이 너무 줄어 인건비에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가게를 접고 거래처에 들어가서 일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ㆍ청계천 공구상가 상인들은 올 초부터 천막을 만들어 재개발 반대를 외치고 서울시가 중재안을 마련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루통상 대표인 강문원 청계천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재개발이 진행된 구역 중 20%의 상인들은 폐업했고 30%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렸다"며 "청계천에는 한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있는데 업체 하나가 사라지면 부족한 부품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하고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공구상가 보호방안을 마련해 상인들의 터전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보너스는커녕 폐업위기"…빛 바랜 제조업 메카 을지로·문래동의 한숨 문래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가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장인 모인 문래동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 30년 전만 해도 '문래동 개는 입에 만 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다. 손끝 기술로 번성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20년 간 문래동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C씨는 "예전엔 문래동 사장들이 바지 주머니에 현금을 가득 넣고 다녔다"며 "요새는 일감이 줄어 사장들도 6시면 퇴근해버려 저녁 손님이 없다"고 했다.


문래동은 지금도 기계ㆍ금속 업체 1300여곳이 모여있다. 20년 이상된 기업이 절반에 달하며 1~2인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 곳은 2013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시설을 개보수할 수 없어 낙후돼 있지만 필요한 부품을 소량으로 제작하기를 원하거나 시제품을 만드려는 대학생ㆍ연구원들이 찾아온다.


기술지도사인 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는 "일감이 없어 중소기업들도 외주를 줄이는 추세"라며 "재료값이 올라도 제품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마진은 계속 쪼그라든다"고 말했다. 다각기로 자동차ㆍ중장비용 부품을 제작하는 민미순 동림로링테크 대표도 "경기가 워낙 안좋다보니 명절 전에도 일이 없다"며 "몇 년 전까지는 아들한테 일을 가르치다가 일감이 없어 거래처로 보냈다"고 말했다.


"보너스는커녕 폐업위기"…빛 바랜 제조업 메카 을지로·문래동의 한숨 문래동에서 금속·기계 업체들이 사라진 자리에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가 문래동을 창작촌으로 육성하면서 카페ㆍ식당들이 생겨나면서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들어오는 예술인, 고령화와 일감 감소로 밀려나는 소기업들이 공존하고 있다. 문래동 국화공인 나병두 대표는 "공장 자리에 카페나 공방, 디자인 사무실 등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2~3년 전보다 꽤 올랐다"며 " 5년 뒤엔 공장들이 많이 사라지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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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금속을 운영하는 한부영 서울소공인협회 대외협력단장은 "제조업이 쇠퇴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5년 간 200여곳 이상이 폐업했다"며 "젠트리피케이션과 경기 악화로 집으로 돌아가는 소공인들이 많아질수록 기술력도 사장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재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해외 값싼 수입부품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 필요하지만 시설 낙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소공인들의 역량 높일 수 있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력을 특허권으로 연결하는 기술가치 보험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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