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사찰
대웅전, 연화문·국화문 꽃창살 유명
애틋한 전설 품은 붉은 상사화 피어
불갑사 대웅전(보물 제830호)은 아름다운 꽃창살로도 유명하다. 화사한 연화문과 국화문의 장식들이 은은하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백은하·이전성 기자] 전남 영광군(군수 김준성)은 전북 고창군과 맞닿아 있는 전남의 북쪽 끄트머리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을 연결하는 뱃길의 중요한 거점으로 각종 물산이 풍부해 번성했던 곳이다.
칠산 앞바다의 황금어장과 깊고 넓은 포구, 근처 15개 군에서 거둬들인 조창. 퍼내도 마르지 않을 보물이 담긴 조선의 곶간이었다.
영광은 우리나라 4대 종교 문화 유적지가 모두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백제불교가 법성항을 통해 최초로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백제불교 최초도래지,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원불교 영산성지가 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교회 탄압에 항거해 신앙을 지키다 194명이 순교한 기독교인순교지, 조선시대 신유박해로 천주교 신도들이 순교한 천주교인순교지가 있다.
노령산맥의 서남쪽 끝자락에 솟은 불갑산(516m). 이곳에 들어앉은 불갑사는 불갑산이 감싸 안은 아늑한 사찰이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인도승 마라난타가 중국 진나라를 거쳐 백제로 들어올 때 창건했다고 전한다.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는 뜻에서 갑(甲)자를 넣어 불갑사(佛甲寺)라고 했다.
불갑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꽃창살.
작은 계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야트막한 계단이 보인다. 돌계단에 올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천왕문. 그 안에는 고종 7년에 설두선사가 불갑사를 증수할 때 폐사된 전북 무장 연기사에서 옮겨 왔다고 전하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대웅전과 만세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불갑사는 고려 말에 각진(覺眞) 왕사가 주석하면서 크게 중창해 500여 칸에 이르는 대규모 절을 이루었다.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모두 불탄 후 몇 차례의 중수를 거쳤다.
불갑사는 대웅전(보물 제830호)의 아름다운 꽃창살로도 유명하다. 화사한 연화문과 국화문의 장식들이 은은하다. 단청을 하지 않은 대웅전의 고풍스러움과 세련되게 조각해 끼워 맞춘 창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 다른 절에는 법당의 옆 벽에 조그만 문을 내는데 불갑사 대웅전은 옆면의 벽 전체가 문이다.
이는 법당의 부처님이 남쪽이 아닌 서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전의 내부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불단 위에는 중앙의 석가모니불, 좌우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이 안치돼 있다.
대웅전 용마루에는 독특한 모양의 기와가 올려져 있다. 서쪽을 향해 앉은 대웅전 부처님과 더불어 불갑사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천연기념물인 참식나무 군락지에는 정운 스님과 인도 공주의 설화가 남아있다.
불갑사 뒤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 자생지가 있다.
참식나무는 녹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대만, 중국 등에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
참식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으로 식물분포학적 연구가치가 높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교류 관계를 알려주는 문화적 가치가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나무들의 높이는 대략 6m 내외이며 군데군데 모여서 자란다. 참식나무 외에도 비자나무·동백나무·굴피나무·느티나무·굴참나무·서어나무 등이 함께 분포돼있다.
전설에 의하면, 삼국시대 불갑사의 정운이라는 스님이 인도로 유학을 떠나 공부하던 중 인도의 공주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도의 국왕은 정운 스님을 인도에서 떠나게 했다.
정운 스님과의 이별을 슬퍼한 공주는 두 사람이 만나던 곳의 나무 열매를 따서 주었고, 스님이 그 열매를 가져와 심었다. 그것이 자라서 참식나무가 됐다고 한다. 이 자생지의 나무들은 그 나무의 씨앗들이 퍼져 자란 것이라고 전해진다.
불갑저수지 주변의 수변 공원은 가벼운 산책로로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참식나무 자생지를 지나면 불갑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오솔길은 가벼운 산책코스로 인기다.
9월 초에는 불갑저수지에 접한 산비탈에 꽃무릇이 가득 피어 장관을 이룬다. 꽃무릇 꽃이 필 때쯤 불갑산에서는 매년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다음 달 18일부터 24일까지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열린다.
꽃무릇은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린다.
상사화 본래의 원종이 있고, 그 방계로써 꽃무릇과 석산화, 개상사화 등이 있다.
꽃무릇은 해마다 이맘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소재다. 저수지 물에 비친 나무들과 꽃무릇의 붉은 색감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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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주변에는 가볼 만 한 곳도 많다. 불갑사에서 가까운 내산서원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일본에 주자학을 전파한 수은 강항 선생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원불교 영산성지도 꼭 한번은 가볼 만한 곳이다.
불갑산에는 9월이면 붉은 상사화가 군락을 이뤄 핀다. 사진=영광군 제공
호남취재본부 백은하·이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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