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대 빙상부 재학생 "전 교수 노하우 전수받고 싶어 입학"
"지도 받도록 도와달라" 안용규 총장에게 요청
대학 측은 징계위 열고 파면 의결…전 교수 측 "법적 조치" 맞서
빙상부 선수단 "언론보도 사실과 많이 달라" 주장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국체육대학교 빙상부 재학생들이 빙상계 비위의 몸통으로 지목돼 중징계가 내려진 전명규(56) 교수에게 다시 지도를 받고 싶다며 안용규 총장에게 호소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22·한국체대)도 이 호소문을 작성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3일 한국체대 빙상부에 따르면 재학생 선수들은 지난 20일 전 교수의 수업 복귀를 원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했고, 심석희가 선수단을 대표해 이를 안 총장에게 전달했다. 재학생들은 호소문에 "전명규 교수님이 그동안 한국 빙상 발전을 위해 지대한 업적을 남겼고, 이를 기반한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받고 싶어 이 학교에 입학했다"며 "강사분들이 아닌 전 교수님을 통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더욱 발전해서 학교를 빛내는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썼다. 호소문을 받은 안 총장은 "빙상부의 뜻이 전 교수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체대 빙상부 재학생은 30여명이다. 이 가운데 국가대표 입촌 등 개인사정이 있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25명이 호소문에 자필 서명을 해 동참의 뜻을 표시했다. 한 재학생은 "전 교수님이 '실업팀 진출 등 재학생들의 진로 문제를 두고 빙상부 선수와 학부모들을 회유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모두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전명규)교수님에게 지도를 받고 실력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 우리들의 뜻이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석희가 호소문 작성에 동참하고, 안 총장을 만나 이를 직접 전달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전 교수가 자신의 제자인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중징계를 요구했는데 심석희가 가장 큰 피해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전 코치는 옥중에서 "전 교수가 한국체대 재학생인 심석희의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였고, 이 압박에 못 이겨 심석희에게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전 교수가 사실상 조 전 코치 사태를 야기한 '몸통'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심석희가 이번 호소문 작성에 앞장 섰다는 점은 이러한 정황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한국체대는 2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전 교수에 대해 징계 최고 수위인 파면을 의결했다. 안 총장이 이를 재가하면 징계가 확정된다. 빙상부 재학생은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다"며 "(전명규)교수님에게 내려진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 측 변호사는 "한국체대의 파면 징계가 확정될 경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맞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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