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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블러] '영역 파괴'에 소비자는 즐겁지만…무한경쟁에 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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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시장에서만 10여개 브랜드 각축전
시장 넓어지지만 경쟁은 심화
'블루 에이프런'처럼 될까 우려...'대기업에 유리한 게임' 지적도

[유통 빅블러] '영역 파괴'에 소비자는 즐겁지만…무한경쟁에 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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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서울에서 개인 분식집을 운영하던 이남희(40세ㆍ가명)씨는 최근 배달앱에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배달앱들이 할인 쿠폰을 대량으로 뿌리며 경쟁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홀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면다. 쿠팡이츠ㆍ우버이츠 등 신규 배달 사업자가 늘고 호텔ㆍ편의점까지 배달에 뛰어들면서 배달앱 없이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


업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이 유통업계에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작용 역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자본들이 빅블러 현상을 주도하면서, 축적된 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ㆍ자영업자들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빅블러로 인한 무한 경쟁 속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 확산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올해 400억원으로 추산되는 시장을 두고 10여개 브랜드가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트업 '마이셰프'와 '프레시지',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동원홈푸드의 '맘스키트', 현대백화점의 '셰프박스', 갤러리아의 '고메이494'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CJ가 지난 4월 '쿡킷' 브랜드를, 이마트가 지난달 '피코크' 브랜드로 추가 진출했다.


유통업계에서는 400억원 규모의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다며 '블루 에이프런'의 사례가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루 에이프런은 미국 밀키트 시장의 선두주자로, 밀키트 시장에 아마존ㆍ월마트 등의 유통 공룡이 진출하는 등 브랜드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 2017년 상장했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상장 이후 10%에 가까운 감원을 단행하기도 했다. 밀키트 스타트업들도 "대기업의 마케팅 강화로 시장이 더 빨리 확대되는 측면은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반길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빅블러로 인한 사업다각화에 자영업자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비비큐와 손잡고 치킨 상품 시범판매를 진행하자, 비비큐 가맹점주들은 '영업지역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항의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검토하기도 했다. 또 로드샵 화장품 업체들이 유통 다각화 차원에서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 홈쇼핑 등에서 병행판매를 늘리자, 점주들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3월 전국화장품가맹점주협의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영역 파괴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성호(55세ㆍ가명)씨는 본사와의 논의를 거쳐 최근 택배기기를 뺐다. 편의점 본사들은 편의점을 '생활 인프라'로 만들기 위해 택배 서비스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돈은 안 되는데 할 일만 많아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빅블러의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을 넘나드는 영역 파괴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본력을 충분하게 갖춘 대기업"이라며 "중소ㆍ중견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이런 추세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산업정책 측면에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고루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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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러 시대에 꼭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업체에 따라 규모와 전략, 특성의 차이가 있는 만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며 "꼭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갑을관계로 볼 필요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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