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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정치어록의 대명사 "물구나무서서라도 국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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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6대 총선 때 정치인 김상현 발언…정치거물로 이뤄진 민국당, 성적표는 기대 이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정치어록의 대명사 "물구나무서서라도 국회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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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국회에 들어가겠다.” 정치인 김상현의 어록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마당발인 정치인 김상현의 이색 발언, 그 사연의 확인을 위해 제16대 총선이 열린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치인 김상현은 새천년민주당 공천 탈락으로 충격에 빠졌다. 정치 경력이나 능력으로 볼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회의원 출마가 좌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김상현은 1971년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폭넓은 정치 경험을 토대로 정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공천 탈락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김상현의 정치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났을까.


2000년 총선은 이른바 ‘바꿔 열풍’으로 유명했던 선거였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치권을 쥐락펴락했던 중진들까지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새로운 인물이 정치권에 수혈돼야 한다는 폭넓은 여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는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진행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당시 이회창 총재는 ‘공천 학살’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물갈이에 힘을 실었다. ‘킹메이커’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까지 공천에서 탈락할 정도였다.


정치거물들이 국회의원 출마 기회를 박탈당하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형성됐다. 그게 바로 민주국민당(민국당)이다.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역대 정당 중 민국당만큼 초호화 라인업을 형성한 정당이 없을 정도였다. 민국당은 여러 의미에서 정치사에 길이 남을 전당이다.


[정치, 그날엔…] 정치어록의 대명사 "물구나무서서라도 국회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승수 전 경제부총리, 신상우 의원, 문정수 전 부산시장, 조순 전 총재, 이수성 전 국무총리, 이기택 의원 등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그들은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해온 인물이다. 정치적으로 살아온 과정이나 지향점은 달랐지만 이대로 정치 인생을 끝낼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는 다르지 않았다. 박찬종 전 의원, 재야인사 장기표까지 합류하면서 민국당의 몸집은 더욱 커졌다.


민국당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국당 정치 기반을 잠식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결성은 어렵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질적인 이들이 모인 급조된 정당이기에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났다.


‘올드보이’들의 연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여론이 등을 돌렸다. 16대 총선을 관통한 키워드인 ‘바꿔’의 흐름과 배치되는 모습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16대 국회에 입성하겠다고 말했던 정치인 김상현의 꿈도 흔들렸다. 그는 16대 총선에서 전국구(현재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결국 낙선했다.


당시 민국당은 정당득표율 5%도 넘어서지 못했다. 비례대표 중에서는 강숙자 후보 한 명만 당선됐다. 지역구 성적표는 더 처참했다. 김윤환, 이수성 등 대한민국 최고 권력에 근접했던 정치인들이 낙선의 아픔을 경험했다.


국회의원 지역구 당선자도 단 한 명이었다. 춘천에 출마한 한승수 후보가 28.7%의 득표율로 당선된 게 전부였다.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선거구도에 따른 어부지리의 결과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국당 후보가 모두 30%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한 후보가 조금 더 앞서면서 당선자가 됐다.


민국당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이후 당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그렇다면 정치어록의 대명사로 길이 남을 '물구나무' 발언의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해서든 16대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정치인 김상현의 꿈은 결과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는 당의 간판이 달랐다. 정치인 김상현은 2002년 8월 열렸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당시 13개 지역구 중 민주당은 단 2곳에서 승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정치인 김상현의 지역구다. 민주당세가 강한 광주 북구갑에 출마한 게 당선의 배경이었다.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정치인 김상현은 16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김상현 정치의 특징은 유연함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어느 쪽과도 대화가 되는 인물. 이른바 '낭만 정치' 시절에는 유연함이 정치력의 중요한 요소였다. 여의도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는 김상현 정치를 복기할 필요도 있다. 정치인 김상현은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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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 곳곳에 스며든 김상현 정치의 추억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까. 그는 떠났지만 아들이 남았다.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을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김영호 의원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20대 총선에 출마해 48.9%를 득표했다. 2004년, 2008년, 2012년 모두 낙선했지만 2016년 당선의 기쁨을 얻었다. 아버지의 정치 텃밭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기회를 드디어 잡은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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