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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라이브 리뷰] 백조의 호수 일으켜 세운 논란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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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니코바' 전면 내세운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SPBT) 내한공연
SPBT 설립자 콘스탄틴 타츠킨이 발굴…전폭적 후원으로 명성 얻은뒤 결혼
호평·혹평 오가며 상업적 성공 이끈 주역…SPBT 공연 숨은 별들 보는 재미도

[한정호의 라이브 리뷰] 백조의 호수 일으켜 세운 논란의 그녀 한정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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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발레단, 미하일롭스키 발레단과 더불어 '러시아 발레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위상을 담당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발레시어터(SPBT)가 한국을 찾는다. 8월28일부터 오는 9월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스탄틴 세르게예프 재안무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SPBT는 전직 소련군 장교 출신의 콘스탄틴 타츠킨이 1994년 설립했다. 타츠킨은 옛소련 시절 특수전 부대에서 공중낙하를 담당했고 소련 붕괴 후 전역과 함께 여행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199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연히 본 백조의 호수가 흡족하진 않았지만, 부상을 당하면서도 높은 경지를 위해 분투하는 무용수들에게 매료됐고 아예 직접 발레단을 차렸다. 비용 문제로 볼쇼이, 마린스키 발레단을 초청하기 어려운 해외 거래선들은 여전히 러시아 발레에 목말라 있다. 지금도 SPBT는 러시아 정부 후원을 받지 않고 해외 투어를 주수익으로 운영된다.


타츠킨이 발레단 창업을 밀고 나간 배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바가노바아카데미의 우수한 교육과 탄탄한 무용수층이 토대를 이룬다. 매년 바가노바를 졸업하는 우등생들은 우선 마린스키, 볼쇼이 발레단 입단을 희망하지만, 좁은 관문을 뚫지 못한 인재들로도 어중간한 서구 발레단 이상의 기량 유지가 가능하다. 키예프, 미하일롭스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과 마찬가지로 SPBT를 후순위로 찾는 바가노바 졸업생들 역시 영어를 익혀 해외로 나가기보다, 되도록 고국에서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


198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이리나 콜레스니코바는 군인 출신의 아버지와 유치원 교사 어머니의 권유로 체조를 시작했다. 그러다 TV에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보고 발레로 전향했고 바가노바에 들어가 1998년 졸업했다. 바가노바에선 김지영(전 국립발레단)보다 두 학년 아래였고, 일본에서 유명세가 대단한 이리나 페렌(미하일롭스키 발레단)과 동기다. 바가노바의 훈육은 가혹했다. 담당 교사 엘비라 코코리나는 동기생들 앞에서 콜레스니코바의 외모와 재능을 비난했고 콜레스니코바는 자존감을 잃었다. 볼쇼이, 마린스키,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에 연이어 낙방했고 클래스 파트너 유리 글루히흐의 권유로 SPBP 오디션에 나가 타츠킨을 만났다.


타츠킨은 단번에 콜레스니코바가 발레단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판단해 입단을 허락했고, 출근 후 첫 연습부터 발레단 코치들에게 백조의 호수 교육을 지시했다. 마린스키 발레단 출신의 코치들이 바가노바 시절 잃었던 자신감을 복원했다. 타츠킨은 '마린스키의 레전드' 알라 오시펜코에게 콜레스니코바의 코치를 맡겼고, 화보집을 출간하면서 콜레스니코바에 전폭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콜레스니코바는 프로 자격으로 참가한 2002년 바르나와 페름 콩쿠르에서 은메달, 프라하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며 기대에 부응했다. 첫 결혼으로 장성한 자녀가 있던 타츠킨은 2003년 콜레스니코바에게 청혼했고, 둘은 가정을 이뤘다. 콜레스니코바도 "타츠킨과 결혼을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서방 언론에 인터뷰했다.

[한정호의 라이브 리뷰] 백조의 호수 일으켜 세운 논란의 그녀 '오딜' 연기하는 이리나 콜레스니코바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SPBT 캐스팅은 단장과 부부의 연을 맺은 콜레스니코바가 주역을 전담하는 모양새다. 단장과 특수 관계로 주역을 연기한다는 평론가들의 지적은 필연적이다. 부부가 집중했던 공연은 2005년 런던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였다. 그해 로열앨버트홀 원형 무대 버전 백조의 호수로 영국 내셔널댄스어워드 최우수 후보에 올랐지만 "러시안 특유의 흠결 없는 테크닉 기준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혹평도 받았다. 사실 공연 준비 기간 동안 콜레스니코바는 임신한 아기를 유산했지만 사실을 주변에 알리진 않았다. 훈련과 다이어트, 국제 이동을 이유로 발레리나의 임신은 쉽지 않다.


콜레스니코바를 제대로 인정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투어를 온 볼쇼이, 마린스키에서 본 정형화된 댄서가 아니라 "무대에서 홀로 빛나는, 자석처럼 당기는 힘이 있는 발레리나(댄스매거진)"라는 평으로 관심을 독차지했다. 기본적으로 콜레스니코바의 퍼포먼스에 따라 발레단 공연 질이 좌우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도 콜레스니코바 공연일은 판매에 호조를 보인다.


콜레스니코바 주역 SPBT 백조의 호수가 상업적 위력을 재확인한 건 지난해 런던 콜리세움 공연이다.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2015년에 이어 파트너로 다시 함께한 이 공연은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비평에선 2015년 "반짝이는 게스트도 프로덕션을 구하지 못했다(인디펜던트)"의 반응이 "게스트가 공연을 구했다(2018·타임)"는 평으로 변한 정도다.

[한정호의 라이브 리뷰] 백조의 호수 일으켜 세운 논란의 그녀 '오데뜨' 연기하는 이리나 콜레스니코바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런던 비평계에선 공연 품질 개선을 위해 2016년 고전 '카르멘'의 개작에서 보인 시대착오가 다시 한 번 거론됐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파견으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의 난민촌을 방문한 부부는 그곳에서 받은 충격과 연민을 카르멘 개작에 응용했다. 그런데 난민 수용소에 갇힌 카르멘이 경비대장 호세와 인신매매범 가르시아를 선정적으로 유혹한다는 설정을 두고 가디언은 '충격적으로 부적절하다'면서 별 하나를 매겼다. SPBT 런던 투어 프로그램북에는 작품 해설에 앞서 콜레스니코바의 사진이 실리곤 했다. 외형상 드러난 바로는, SPBT가 중시하는 가치는 작품보다 콜레스니코바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콜레스니코바(8월28·29·31일 밤, 9월1일)와 마린스키 발레단의 코리페(준주역·조역과 군무를 겸하는 직위) 예카테리나 페트로바(8월30·31일 낮)가 주역 오데트·오딜을 나눠 맡는다. 콜레스니코바의 파트너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페트로바의 짝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세컨드 솔로이스트 이반 오스코르빈이 기용된다. 마린스키의 숨은 별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충분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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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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