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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7개 층 중 3개 층이 '테마파크형 놀이공간'…경계 허무는 유통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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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7개 층 중 3개 층이 '테마파크형 놀이공간'…경계 허무는 유통업체들 롯데마트 잠실점 '토이저러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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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그냥 장난감만 파는 줄 알았는데 만져보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아이가 좋아하더라고요. 이제는 내려가서 쇼핑 좀 하려고 합니다. 실내 서바이벌장과 주니어 스포츠 파크 등이 열리면 또 찾을 계획입니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잠실점에 위치한 토이저러스 매장. 이달 1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픈한 이곳은 주차장을 제외한 7개층 중 3개층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탈바꿈했다. 5층 주니어 스포츠 파크가 오는 28일, 6층 실내 서바이벌장은 다음 달 1일 추가로 문을 연다. 쇼핑 장소에 국한돼 있던 대형마트가 체험형 테마파크로 변신한 것이다.


게임기를 파는 곳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를 직접 플레이 하는 두명의 아이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노부부는 레고 장난감이 가득 담긴 '레고 풀'에서 노는 손자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담는데 정신이 없었다.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매장내 보드게임카페는 연령을 불문한 다양한 고객들이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의 룰과 이용방법을 설명해주는 직원이 따로 배치되어 있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이 게임이 재미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놀 수 있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였다.


롯데마트가 판매공간을 줄이고 이처럼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은 점차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롯데마트의 완구 매출은 2017년 -3.4%, 지난해 -2.0%로 2년 연속 소폭 감소했다.


[르포]7개 층 중 3개 층이 '테마파크형 놀이공간'…경계 허무는 유통업체들 롯데마트 잠실점 '토이저러스' 전경.

두 번째 방문이라는 주부 김선화(38ㆍ가명)씨는 "아이들과 남편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천천히 쇼핑을 즐길 수 있다"며 "마트에 실내놀이터가 있다는 것은 가족 고객으로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는 '쥬라기 월드 특별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롯데백화점이 기존에 선글라스와 스카프 등 매출이 높았던 매장을 정리하고 실면적 1983㎡(약 600평) 규모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 관람을 마쳤다는 박현석씨(36세·가명)는 "아이가 공룡을 좋아해 특별전을 방문하게 됐다"며 "아이를 위한 간단한 기념품을 사고 연결된 백화점에서 쇼핑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포]7개 층 중 3개 층이 '테마파크형 놀이공간'…경계 허무는 유통업체들 롯데마트 잠실점 '토이저러스' 전경.

체험관 출구에서는 '쥬라기 월드 특별전'과 연계된 굿즈와 음료를 판매하는 '쥬라기 월드 카페'가 위치해 있었다. 특별히 특별전을 관람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 유모차를 끄는 고객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쇼핑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최근 오프라인 매장들의 생존방식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발달과 혁신적 IT의 등장으로 일상생활에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빅 블러란 기존 업(業)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흐릿해진다'는 뜻의 영어 단어 '블러(blur)'에서 유래했다. 유통업계 역시 빅블러의 중심에 있다. 소비 둔화와 규제 리스크 등 유통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영역 파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른 모바일 쇼핑 확산, 1인가구 증가, 경기침체, 가치 소비 등의 트렌드도 변화의 원인이 됐다.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며 물건만 팔던 유통업체들이 그간 영위해 온 본업을 넘어 전후방산업, 신사업에 진출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트랜스포머식 전략의 대표적인 곳은 편의점이다. 구멍가게의 진화 버전에 불과했던 편의점은 이제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진화했다. 전국적으로 4만개를 돌파한 편의점은 2000년 ATM 도입을 시작으로 택배 서비스, 공과금 납부, 세탁, 차량충전 등 생활 밀착형 업무부터 무인 은행 업무와 항공권 결제까지 가능하다. 맛집 수준의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팔며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르포]7개 층 중 3개 층이 '테마파크형 놀이공간'…경계 허무는 유통업체들 어린이 관람객이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 열리고 있는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서 공룡을 만져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들은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뜸해지자 쇼핑 공간을 줄여서라도 집객을 위한 다양한 투자에 나섰다.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게 체험ㆍ휴식 공간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어린이책미술관'으로 교육을 강화했고,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9층 전체를 '아쿠아리움'으로 교체했다. 스타필드 코엑스점의 경우 처음 생길 때는 비판이 많았던 '별마당 도서관'이 이제는 랜드마크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야 매출의 기회도 생긴다"며 "이미 문화센터, 전시회 등은 모든 매장이 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해 점점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변화는 이대로 있으면 망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가격메리트를 앞세운 온라인몰들의 공세에 변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장에 오래 머무를수록 매출이 늘어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유통업 전체는 93으로 기준치(100)보다 낮아 당분간 경기악화를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았다.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 등 '무점포소매 판매'는 103을 기록했다. 이는 대형마트(94), 편의점(87), 백화점(86), 슈퍼마켓(84) 등 오프라인 매장보다 높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전년 대비 3.2% 하락세를 기록한 대형마트는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난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들에게 쇼핑 이외의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통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고객이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야 구매 가능성도 높아지고, 중요한 것은 그 매장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불황 시기 결국 남는 것은 고객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이 아닌 고객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용어설명>

*빅 블러(Big Bl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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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흐릿해진다'는 뜻의 영어단어 블러(blur)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IT기술로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를 설명할 때 쓰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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