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인권과 기본권의 강조, 평일 외출, 위수지역 완화, 동기 생활관, 휴대폰 사용 등 군이 이래도 되는지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물론 수년 전부터 시행해온 '병영문화혁신'의 결과물들이다. 오래 전 군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 기성세대에겐 이런 군의 모습이 낯설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 목선으로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리고, 해당부대 병사가 자살을 하고, 모 부대 동기생 생활관에선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발생했으니 백가쟁명식의 해석과 해법이 난무하다.
그러나 군 기강 해이, 전투력 약화, 안보 해체 등 군에 총체적 위기가 도래한 것처럼 군을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아가 '기강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예전의 군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더욱 위험하다. 집단적 사고의 오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군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단적인 예로, '군에서 휴대폰까지 쓰게 한다는데, 그런 군대가 어디 있느냐'는 푸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못 쓰게 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는 눈치다. 실제로 모병제 국가는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터키 등 징병제 국가 거의 모든 국가에서 휴대폰 사용은 이미 일상적이다. 강군으로 상징되는 대표적 징병제 국가 이스라엘에서는 점호조차 없다. 시대가 변했고, 군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 군대의 군기가 '외적인 군기와 일방적 복종'을 상징했다고 하면, 요즘 군대의 군기는 '임무수행의 마음가짐과 적극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너무도 변했기 때문이다. '전략적 수준의 병사(strategic corporal)'를 강조하는 미국의 모습과 '군은 모름지기 이래야한다'는 식의 강압적 군대를 강조하는 우리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극적으로 대비된다.
요즘 군대, 정말 엉망인가?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료를 통해 비친 우리 군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1980년도 병력은 약 70만명이었다. 지금의 병력은 약 60만명이다. 군기가 시퍼렇게 살아있었다고 간주되던 1980년도 군내 연간 사망자는 970명이었다. 지난 해 사망자는 86명이다. 이 중 자살자는 1980년도에는 391명, 지난해에는 56명이다.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980년도 473명이었고, 지난해에는 26명이었다. 탈영은 1995년도에 2074명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122명이다. 수치의 차이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병사가 소대장을 집단적으로 구타했던 1994년의 '소대장 길들이기 사건', 육군훈련소에서 발생한 2005년의 '인분사건', 장병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의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등 지난 시절 발생한 대형사고를 생각하면 더욱 아찔하다. 지금의 군대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개인적 일탈은 있을지언정, 적어도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병영악습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군의 교육훈련, 전투준비태세일 텐데, 이 또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일이지 '큰일 날 수준'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계급 고하를 떠나 현역으로 복무 중인 많은 이들의 평가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두 개의 한자 숙어가 머리를 맴돈다. 첫째 '교각살우'다. 쇠뿔을 고치려다 황소를 잡는다는 이야기다. 엄중한 한반도 안보현실 속에서 군의 기강과 대비태세를 우려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차별적 군대 때리기는 위험하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자신감과 의지를 무너뜨릴 정도의 비판은 군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둘째 '견강부회'다. 침소봉대하고 억지로 끌어 붙여서, 자기의 입지를 굳히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안보에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군을 재단하고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대로 적어도 군사적 판단의 영역에서 만큼은 군의 전문성을 믿고 존중해야 한다. 사사건건 발목 잡고 훈수를 두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군의 절치부심, 군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 절제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최병욱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ㆍ안보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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