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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클래식 라운지] 떠나요 조성진, 손열음과 음악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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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유럽 최고의 음악축제…매년 2조원 가까운 경제유발 효과

런던 BBC프롬스, 8주간 100회 공연…23일 손열음·내달 24일 조성진 참가

루체른, 세계 클래식계 현주소 조망…축제 오케스트라 매년 '드림팀' 출격


[한정호의 클래식 라운지] 떠나요 조성진, 손열음과 음악의 바다로 한정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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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 세계적 공연을 집중적으로 체험할 자리를 찾는다면 단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으뜸이다. 출연진의 명성과 공연의 질에서 유럽 최고의 음악 축제다. 매 공연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보듯 흥미진진하다. 사실상 '유럽 소프트파워의 아이콘(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견해도 있다. 잘츠부르크의 명성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출생지에서 기원한다. 구시가지, 신시가지 가리지 않고 모차르트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로 유명한 명승고적은 유네스코(UNESCO) 세계 유산이다.


축제는 19세기 후반 모차르트를 기념하는 이벤트로 시작됐지만 1차 세계대전 직후 브루노 발터,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처럼 세계를 대표하는 지휘자를 아우르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여름 음악 제전이 됐다.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면서 아돌프 히틀러의 폭정에 반대하는 음악가들이 잘츠부르크를 떠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지휘자 카를 뵘을 비롯해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조지 셀, 카를 슈리히트 등 당시의 신진들이 세계 무대에 데뷔하는 플랫폼이 됐다.


나치 부역 논란이 있는 푸르트벵글러(1886~1954)가 세상을 떠나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축제는 일대 혁신을 이뤘다. 축제의 터줏대감인 빈 필하모닉 외에 자신이 맡은 베를린 필하모닉을 페스티벌에 들였고, 전막 오페라 제작이 가능한 축제 극장을 개관하면서 매년 여름 오페라계 최대 화제작이 잘츠부르크의 밤을 밝혔다. 로린 마젤, 주빈 메타, 제임스 러바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오자와 세이지에 이르는 20세기 중ㆍ후반의 지휘계 슈퍼스타들도 카라얀의 영도 아래 잘츠부르크에 집결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아그네스 발차를 비롯해 당대의 전설적인 성악가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잘츠부르크에서 재확인했다. 1989년 카라얀의 급서로 소프라노 조수미는 '가면무도회'를 게오르그 솔티의 지휘로 함께했고, 1991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 행사도 카라얀 없이 진행됐다. 카라얀의 색채를 지우는 후임 예술감독 제라르 모르티에의 정책에 반발해 리카르도 무티는 한때 축제를 보이콧했지만, 그 공백 역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로저 노링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성공적으로 메웠다. 축제가 전환기를 맞은 것은 모차르트 탄생 기념 250주년인 2006년이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전작 22편이 한 해에 모두 올랐다.


매년 2조원 가까운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잘츠부르크 축제는 이달 20일부터 8월31일까지 열린다.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지휘계의 신성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모차르트 '이모메네오'다. 쿠렌치스는 축제 관객의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이미 축제의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구순의 노장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 수석 지휘자 부임 후 무사히 베를린 필하모닉 첫 정규 시즌을 마친 키릴 페트렌코도 볼 수 있다. 2020년 축제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참가도 예정됐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클래식 축제는 런던 BBC 프롬스다. 7월 중순부터 약 8주에 걸쳐 입석 포함 6000석 규모의 로열 앨버트홀을 중심으로 100여회의 공연이 매일 열린다. 프롬스는 '산책'을 뜻하는 프롬나드(promenade)에서 기원했고, 공연 중에도 홀 중앙 아레나에서 종종걸음을 하는 청중의 행동을 축제 이름으로 형용했다. 입석 티켓은 공연 당일에 발매하는데, 홀 꼭대기를 원형으로 에워싼 갤러리에는 아예 누워서 음악을 듣는 청중도 많다. '버섯(mushroom)'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음향 보정 장치가 천장 곳곳에 절묘하게 배치된 덕에 홀 어디서든 소리가 잘 들린다.


[한정호의 클래식 라운지] 떠나요 조성진, 손열음과 음악의 바다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스타 테오도르 쿠렌치스 (C) Marina Dmitrieva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보완 협정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불사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영국 총리 지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프롬스는 런던 심포니, 로열 오페라와 함께 '세계 클래식의 수도 런던'의 명맥을 잇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세계대전의 참화에도 프롬스를 방문해 인지도를 쌓았던 흥행 공식이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의 브렉시트 논의와 함께 한꺼번에 무너졌다. 영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BBC 라디오3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롬스 콘텐츠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전파 월경 제한 조치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국제 도시 런던에서 즐기는 프롬스의 묘미는 그대로다. 특히 축제 마지막 날 펼쳐지는 '라스트 나이트 오브 프롬스'는 영국의 국가적 이벤트다. 티켓 발매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매진되는 공연이다. 복수의 BBC 채널이 실황을 생중계하고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영국 왕실을 신봉하는 노래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함께 울려 퍼진다. 공연 실황이 런던 하이드파크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야외 무대에 생중계되면서 잉글랜드뿐 아니라 대영제국을 구성하는 각 민족의 깃발이 나부낀다. 마지막 콘서트는 전통적으로 BBC 심포니 음악감독(앤드루 데이비스·이르지 벨로흘라베크·사카리 오라모)이 맡았지만 2013, 2015년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의 등장 이후 프롬스는 축제에서 여성 지휘자의 의무 할당을 논의 중이다.


이달 19일부터 오는 9월14일까지 열리는 올해 프롬스의 구성은 정치 격변으로 어수선한 영국 현실과 닮았다. 축제 창립자 헨리 우드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지만, 여느 유명 작곡가의 생몰 기념과 비교해 예술적 비중은 덜하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을 추모하다가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의 신작이 발표되는 식이다. 그나마 클래식 축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무대는 피아니스트들이 책임진다. 머리 퍼라이아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빈 필과 협연하고, 이달 23일 손열음은 BBC 필하모닉 반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5번을 연주한다. 다음 달 24일에는 조성진이 BBC 심포니를 파트너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한정호의 클래식 라운지] 떠나요 조성진, 손열음과 음악의 바다로 2018년 이어 2회 연속 BBC 프롬스 출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C) BBC

호반 도시 루체른은 '스위스 클래식의 수도'다. 스위스 최고(最古)의 악단 루체른 심포니, 세계적인 명 건축가 장 누벨의 역작, 카카엘(KKL) 콘서트홀, 아바도가 재건한 루체른 페스티벌과 축제 오케스트라(LFO)가 음악 도시의 르네상스를 주도한다. 이 가운데 루체른 페스티벌과 LFO는 다보스포럼처럼 세계 클래식의 현재를 조망하는 위상을 점하고 있다.


LFO는 세계 오케스트라의 장인들과 실내악의 실력자들이 아바도의 이름 아래 한데 모인 임시 악단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감독직을 떠난 아바도가 위암을 극복하고 집중한 루체른 페스티벌을 위해 뭉친 드림팀이다. 베를린 필, 빈 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악장과 각 악기 수석 연주자뿐 아니라 평소 악단 활동이 어려운 르노·고티에 카퓌송 형제, 베를린 필을 퇴단한 자비네 마이어, 알반 베르크 4중주단-하겐 4중주단 멤버도 단원에 합류해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관현악의 신세계를 일궜다.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이 함께한 1992년 올림픽 미국 프로농구협회(NBA) 리그 드림팀과 마찬가지의 충격이었다.


2014년 아바도 사망 이후 이탈리아의 명장 리카르도 샤이가 물려받은 LFO의 인적 구성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라 스칼라 오페라에서 아바도의 조수를 지냈던 샤이는 라 스칼라에 이어 LFO 음악감독을 이어받으면서 루체른에서 아바도의 자취를 발전적으로 계승했다. 다음 달 16일부터 오는 9월15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에서 샤이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같은 러시아 관현악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축제의 정점은 8월20일, 명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의 은퇴 공연이다. 구순의 하이팅크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말러 교향곡 4번으로 자신의 현역 인생을 마감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리사이틀도 9월10일 데뷔 시리즈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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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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