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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교안보, 민생 정쟁의 대상이 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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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교안보, 민생 정쟁의 대상이 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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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경제시장 충돌로 예상됐던 미ㆍ중 무역전쟁이 지난달 29일 열린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휴전으로 갈무리되자 중국의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여러 번 기복을 거치면서 중국 사회가 무역전쟁에 대해 일종의 평상심을 갖게 된 것으로 믿는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똥은 한국 경제로 옮겨붙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공으로 우리 민생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하던 반도체, 스마트폰, OLED TV 산업이 백척간두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 주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해결책을 찾았지만 그리 녹녹지 않아 보였다.


같은 시기 필자와 만난 관련 기업 고위 임원은 "정말 욕이라도 하고 싶고 속은 한여름 아스팔트지만 누구를 원망하겠나. 그저 눈치만 볼 뿐이다. 정부 간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경제계의 민심을 대변했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었다면 한일 무역분쟁은 양국 정부 간 외교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상식이지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출이 위축되면 민생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GDP의 15% 정도를 수출에 의존하는 일본은 수출이 줄면 내수로 당분간 버틴다지만 우리는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


일본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수차 보복을 예고했고, 국내 언론 및 전문가들은 "단순한 으름장만이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을 수차 제기했다. 그럼에도 지난달까지 청와대 안보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순탄치 못했다"며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일본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자 강경화 외무장관은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며 준비가 없음을 시인했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하나는 2년 이상 가야 결론이 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정도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 작업까지 해가며 압박해 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제조업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것이 코미디 상황"이라면서 "모든 큰 서비스 산업 기회는 완.전.투.망.밀.봉.식으로 갇혀 있고 열자는 말만 꺼내도 역적 취급을 한다"며 냉가슴 앓고 있는 기업인들의 속내를 대변했다. 가능한 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속성에 비춰보면 절박한 호소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권은 어떠한가? 지난 3일 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에 따른 안보무능 이유를 규명키 위해 국방장관을 국회에 불러놓고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국회의원은 "6ㆍ25전쟁이 북한이 남침을 기획하고 침략한 전쟁이라는 것에 동의하느냐"며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1, 2학년 교과서에 나올 만한 질문을 했다. 하기야 정치인에 대해 국민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22개 직업군 중 꼴찌(7점 만점에 2.27점)를 했으니 국민 대다수는 이들에게 실망의 도를 넘어 쳐다보기조차 싫을 지경일 것이다.


429년 전(조선 선조 23년)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 황윤길(서인)은 일본의 침략을 예고했지만 부사 김성일(동인)은 당쟁에 눈이 어두워 현실을 외면했다. 그 결과가 임진왜란이었고 가장 큰 피해자는 백성이었으며 이를 극복한 것도 백성의 힘이었다. 박용만 회장은 페이스북 글 말미에 "이 모든 쓰나미 와중에 어쩌라는 것입니까?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 줄 것은 붙들고 놓아 줄 것은 놓아 주어야 할 때가 아닙니까?"라고 썼다. 그의 피 끓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오늘 아침 풍문을 들었다. 이런 와중에 외교를 지휘하는 고위 공무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정말 '지라시'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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