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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잊혀지고 사라져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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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대중강연나서 20년 사업경험 털어놔
"네이버, 글로벌 'IT공룡'과 끝까지 경쟁…다양성의 표상"
"글로벌 시대 맞게 IT기업 보는 잣대 변해야"

이해진 "네이버, 잊혀지고 사라져야 성공"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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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네이버의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더 큰 기업이 돼 종국에는 네이버가 잊혀지고 사라지길 바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네이버 창립 20주년을 맞아 5년 만에 공개 강연 자리에 나서 던진 말이다. 더 큰 나무를 키울 수 있다면 국내 최대 인터넷 '공룡' 네이버조차 기꺼이 거름이 되겠다는 의미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주최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이 GIO는 자신의 창업철학과 기업관, 과거의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수줍은 듯이 마이크를 잡아들었지만 이내 곧 여유있는 농담도 건네며 지난 날을 회고했다.


◆"네이버가 독점?…오히려 다양성 강조해"=네이버 검색엔진의 탄생 뒤에는 젊은 시절의 사명감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 시대가 열렸지만 대부분 영어로 된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모습에서 한글 검색엔진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이 GIO는 "앞으로 잘 검색되지 않는 언어는 잘 활용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언어가 약해지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어떤 엔지니어적인 사명감이 있었고, 그 사명감이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소프트웨어적 프로젝트"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세계 시장에선 한글 검색엔진을 남은 네이버가 다양성을 대표하지만 국내에선 독점의 상징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GIO는 "누구에게도 구글 쓰지 말고 네이버만 쓰라고 한 적은 없다"며 "구글이 필요할 땐 구글에서 검색하고, 네이버가 필요할 땐 네이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 자체가 한국만의 다양성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미국·중국 등 거대 기업들과 최후까지 경쟁해 종국에는 살아남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해진 "네이버, 잊혀지고 사라져야 성공"

◆라인 개발은 "인생 최고로 혹독한 결정"=그는 창업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 이후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을 일궈내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그늘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GIO는 "일본 진출 당시에는 검색엔진 네이버를 퍼트려야 한다는 사명감이었지만 이후 10년 간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너무 힘들어 철수하고 싶었지만 10년간 함께 실패한 사람들의 열정을 져버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2011년 6월 메신저 '라인' 탄생 직전의 의사결정은 그의 사업가 인생 20년 간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이 GIO는 "일본에서 10년 넘게 함께 고생한 사람들도 더는 못할 정도로 지쳐있던 상태였다"며 "그 와중에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고층빌딩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휘청거렸다"고 했다. 이어 "더 큰 여진이 90% 확률로 발생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어린 아이를 안고 공항을 떠나는 직원도 있는 마당에 사업을 계속하자고 해야 할지 판단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 GIO는 당시를 '책임감에 압도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안전을 생각하면 철수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10년 간의 고생을 수포로 돌릴 수도 없고 극도의 압박감에 사무실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며 "결국 팀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반은 떠나고 남은 반은 남아 라인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탄생한 라인은 통신망조차 마비된 당시 유일한 연락수단이 됐다. 그 결과 일본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메신저가 됐고, 향후 네이버의 금융 플랫폼화 전략의 핵심이 됐다.

이해진 "네이버, 잊혀지고 사라져야 성공"


◆유럽에서 가능성 모색…"기업 바라보는 시선 변해야"=이 GIO는 현재 유럽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 몇 곳이 전 세계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다"며 "온라인만으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오프라인과 섞인 형태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진출하기도 어렵고 지역에 따른 법적 문제도 있어 성공하기 쉽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프랑스 벤처 캐피털 '코렐리아캐피털'의 펀드에 2억유로(약 2591억원)을, 지난해 네이버 프랑스에 2589억원을 투자한 배경이다.


네이버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 GIO는 "사업을 펼쳐오면서 느낀 것은 최선을 다해 사업을 해도 성공 여부는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일은 회사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큰 성과 내고도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의사결정에서 실수가 있었겠지만 모두 최선을 다했고 사심과 외부의 압력이 없었다고 자부한다"며 '이 부분만큼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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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GIO의 꿈은 네이버가 잊혀지는 시대다. 그는 "유튜브 등 구글의 인기 서비스는 모두 외부에서 인수된 것이지만 네이버의 라인, 스노우, 웹툰 등은 모두 내부에서 발현한 것"이라며 "자회사들이 네이버보다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지고, 이후에는 손자회사들이 자회사보다 더 커지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기업을 과거의 잣대로 바라보며 사회적책임을 무작정 요구하고 강한 규제를 내세우기 보다는 기업은 연구개발에 힘쓰도록 하고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문제는 정치와 사회, 학계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며 "그런 구조가 제시되면 기업은 자연스레 여러 사회적 의무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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