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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자율규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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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자율규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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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암호화폐의 정의, 거래기준을 발표하지 않는 등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미시행하는 동안 업계 스스로 고객실명인증, 자금세탁방지는 물론 자진납세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행정안전부 권고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을 종료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하반기에 현장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약국이 대한약사회에서 제정한 개인정보보호 자율규제 규약에 따라 자율점검을 수행한 경우 행정안전부로부터 자료제출 요구 및 검사가 1년간 면제된다.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소위 가짜뉴스 즉, 허위조작정보로 인해 건전한 공론의 장이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바람직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 가지 사례는 모두 자율규제(self-regulation)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규제는 정부가 공익이라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에 부과하는 권리의 제한이나 의무의 부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타율성을 근본 요소로 하는 규제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 규제 대상의 광범위성으로 인한 규제 비용의 과다, 규제로 인한 혁신의 위축 등의 문제가 민간이 스스로 행위기준을 정립하고 실행하는 규제인 자율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다만, 자율규제의 경우에도 정부와 관련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 스스로 규제하되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경우 민간이 정부가 정의하는 법령, 규칙, 가이드라인 안에서 규범을 만들고 그것을 강제하도록 요구받는 방식 등이 있다. 정부의 개입이 없는 순수한 자율규제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위 사례의 또 다른 공통점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규제라는 것이다. 1996년 발표된 '사이버스페이스의 독립선언문(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은 인터넷은 국경의 바깥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국가권력이 미치지 않으며 인터넷에서의 문제는 황금률에 근거한 사회계약에 따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인터넷 참여자 스스로가 규범을 정립한다면 그 체제는 변화된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고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가 인터넷을 비롯한 IT 영역에서의 합의된 믿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공간에 대한 자율규제의 믿음은 음란물 등 불법 정보의 유통, 프라이버시의 침해, 투기의 조장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국가권력은 규제의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터넷이 가지는 혁신성, 개방성, 공유 그리고 국가를 초월하는 초영토적 성격으로 인한 주권의 제한 등은 인터넷을 자율규제의 영역 내지 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협력해 규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 영역으로 두도록 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자율규제는 민간과 국가의 양보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점에서 자율규제가 특수이익 추구를 위한 정부규제의 인위적 배제 내지 정부 규제의 회피를 의미하는 무규제(un-regulation)가 되거나 반대로 자율규제라기보다는 자율을 가장한 타율규제가 되면서 정부의 책임회피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기반으로 하는 공론의 장이 되는 것은 물론 혁신을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간과 국가의 이해를 적절히 조정하고 타협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상적 자율규제의 필요성이 매우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자율규제는 우리에게 소중한 자기결정과 자기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실천원리라는 점에서 꾸준한 연구와 적용이 필요한 분야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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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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