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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근무'가 뭐길래…네이버 노사 교섭 13개월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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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요구안 두고 진실공방 벌이던 네이버 노사
파업 불참 최소 인원 13%로 합의

'협정근무'가 뭐길래…네이버 노사 교섭 13개월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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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네이버 노사가 13개월에 걸친 지난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근무하는 최소 인력인 '협정근로자'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며 극적으로 합의에 다다른 것이다. 사측이 협정근로자 선제 합의를 고수하며 8개월 넘게 물러서지 않던 상황이 급진전된 배경에는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노조의 '이해진이 응답하라'는 구호에 이 GIO가 적극 수용하며 '생중계 토론'까지 역제의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됐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의 노사 합의 과정이 전 IT업계 노사관계의 효시가 될지 주목된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는 13일 사측과 협전근로자 합의, 각종 복지 신장 등의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안에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 끝에 첫 결과물이다. 좁혀지지 않는 양측의 입장차에 총파업까지 예고되며 네이버 서비스 중단이 우려됐지만 합의를 맺으며 일단락됐다.


합의안에는 육아휴직 보장, 리프레시 휴가 도입 등 직원들의 복지 확대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최소 인력인 '협정근로자' 합의 등 92개 조항이 담겼다. 다만 네이버 본사보다 연봉과 복지 등 근무 환경이 열악한 자회사들의 교섭은 여전히 결렬된 상태로 남았다.


'협정근무'가 뭐길래…네이버 노사 교섭 13개월史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조합원 250여명이 지난 2월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첫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


◆협정근로자 비율 '진실공방'부터 '즐거운 파업'까지=노사 대립의 핵심 쟁점은 '협정근로자'였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협정근로자 범위를 80% 이상을 제시했는데 이는 폭력적인 처사"라며 "80%를 협정근로자로 지정하면 그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파업까지 불사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 참가 인원을 20%이하로 줄이는 한편 네이버 서비스의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사측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사측은 "협정근로자 비율 지정을 제한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서버근로자 등 본인들이 추산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진실공방'은 결국 쟁의활동으로 이어졌다. 인터넷과 게임 등 판교 일대 IT업계에서 노조가 쟁의활동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만 제조업, 중공업 등 전통적인 업계와는 다른 분위기로 전개됐다. 꿀벌 탈을 쓴 조합원과 인증사진을 찍거나 풍선을 흔드는 방식이었다. 12시부터 30분 간 진행된 쟁의행위에는 네이버 본사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조합원 약 2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해진이 응답하라'는 구호 아래 ▲네이버 서비스와 회사 운영방향 등에 대한 투명한 소통 ▲네이버 및 계열사 등 전(全) 임직원의 정당한 대우 등을 요구했다.


'협정근무'가 뭐길래…네이버 노사 교섭 13개월史


◆꿈쩍 않던 사측, 강경세 누그러진 이유는?=사측은 지난해 10월부터 '협정근로자 선제 합의'를 강경하게 고수했다. 노조가 본사 로비에서 수 차례 쟁의를 이어가도 협정근로자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이 같은 강경세는 지난 1일 이 GIO가 직접 나선 이후 전환됐다. 이 GIO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노조에게 생중계 토론을 제안했다.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편인 이 GIO가 노조 관련 사안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이후 지난 5일 진행된 첫 교섭부터 사측은 한 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후 16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논의를 통해 이번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GIO 발언 이후 나흘 간의 진전이 지난 13개월간의 진전보다 더 컸던 셈이다.


사측은 이 GIO의 움직임과 노사 교섭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14차 교섭에서 노조 측이 협정근로자 지정 관련해 새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5일 15차협상에서 다룬 것일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해진 GIO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은 쟁의활동이 발생해도 네이버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협력의무조항을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회사가 13~20% 수준으로 협정근로자를 정하되 부족할 경우 노사가 협력하기로 했다.


복지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리프레시 휴가 개선(2년 뒤 휴가 15일, 이후 3년마다 제공) ▲인센티브 지급기준과 주요 경영사항 설명 ▲배우자출산(10일) 및 난임치료(3일) 등 유급휴가 확대 ▲육아휴직 기간 2년 확대 ▲휴식권 보장(퇴근 후 연락 및 SNS 통한 업무지시 금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운영 ▲기업의 사회적책무 ▲노조활동 보장 등이다.


◆자회사 교섭 숙제로 남아…全 IT업계가 주목=극적 합의에 이르렀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쟁의활동에 함께 참여한 네이버 자회사들의 교섭은 여전히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법인보다 연봉 및 복지 등 전반적인 근로환경이 열악한 컴파트너스, NIT, NTS, NBP, 라인플러스 등 계열사 5곳의 교섭은 현재 결렬된 상태다. 라인플러스의 경우 현재 중노위의 조정절차를 거치고 있다. NIT, NTS 등도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회사측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교섭이 난항 중이다. 네이버 노조는 이들 계열사의 교섭이 끝날 때까지 본사 1층 로비에서 벌이는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네이버의 노사 합의 과정이 향후 IT업계 전체의 노사 쟁점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내년이면 창사 20주년으로 기업으로서는 청년기를 넘어선 상황인 만큼 향후에도 있을 노사갈등을 합의하는 장기적인 방향성과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네이버 노조의 쟁의활동 역시 전례없이 '즐겁고 발랄한' 형태로 전개됐다. 이전까지의 제조업, 중공업 등의 분야 속 노사 갈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넥슨, 카카오 등 IT대표 업체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노사 문화가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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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전히 네이버도 총수 격인 창립자의 발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 재벌들과 달리 노조와 전향적으로 소통에 나선 것은 확실히 차별된 모습"이라며 "다만 아무리 별개라 하더라도 총수 발언 이후 사측의 입장이 바뀐 것은 결국 기존 기업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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