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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핀란드의 '진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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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핀란드의 '진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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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학상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다. 16세기 후반 네덜란드 지리학자 메르카토르가 고안한 이 지도는 둥근 지구를 사각 평면에 제대로 그린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하지만 극지방으로 갈수록 면적이 확대ㆍ왜곡된다는 단점이 있다. 북극 근처 그린란드의 실제 면적은 아프리카의 1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도에는 아프리카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 북극에 가까운 나라인 핀란드도 지도상 왜곡이 큰 나라 중 하나다. 지도에서 핀란드는 한반도의 3배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반도와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알고 보면 핀란드는 면적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크게 보아 핀란드어는 우리말과 같은 우랄알타이어계다. Korea는 핀란드어로 '아름다운'이란 의미인데, Korea(高麗)는 우리말로도 '높고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단어를 고르라면 '시수(Sisu)'를 꼽는다. 핀란드어로 시수는 '은근과 끈기'라는 말이다. 식민지 시절을 겪으며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고난을 이겨냈던 우리 민족과도 잘 어울리는 단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와 전쟁의 시련을 극복했으며, 고도 성장의 기적을 이뤘다.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 수출 위주의 개방형 모델과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취한 것도 닮은 점이다. 경제 위기 이후 혁신 성장 선도 주자로 거듭난 핀란드는 기존 성장의 틀을 바꾸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최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핀란드의 강점은 창업과 혁신 생태계다. 청년 대학생들이 주도해 유럽 최대 창업 콘퍼런스인 슬러시(SLUSH),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사우나를 탄생시켰다. 성공의 배후에는 창업을 전 사회적으로 지원한 산ㆍ관ㆍ학 협력 체계가 존재한다. 또 핀란드에는 실패의 날(Day of Failure)이 있다. 'We failed, Let us celebrate(실패했네, 축하하자)'라는 슬로건을 자주 쓴다. 실패도 사회적 자산인 것이다. 이러한 창업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 슈퍼셀과 게임 앵그리버드도 생겼고, 노키아의 나라를 스타트업의 나라로 탈바꿈시켰다.


강한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 사회안정성과 높은 미래 예측 가능성도 강점이다. 투명한 행정으로 부정부패가 적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다. 2016년 경쟁력협약(Competitiveness Pact)을 통해 노조의 임금 삭감 수용, 기업의 고용 확대, 정부의 소득세 감면에 합의하는 사회적 대통합도 이끌어냈다. 국가 경쟁력 순위 1위를 여러 번 차지했고, 유엔(UN) 세계행복지수도 1위다. 어쩌면 핀란드의 '진짜' 크기는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이 아니라 혁신 성장을 이뤄낸 숨은 '저력'을 가늠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중 처음으로 혁신의 아이콘 핀란드에서 오늘 양국 정상회담이 13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대한상공회의소,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주최하는 '한ㆍ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이 내일 열린다. 이 행사에는 양국의 창업 생태계를 공유하는 '혁신성장포럼',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해커톤'과 '스타트업 쇼케이스'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인 행사를 중기부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양일 간의 핀란드 방문은 우리의 미래인 핀란드로부터 많은 점을 배울 좋은 기회다. 혁신 모델을 우리 경제에 접목할 방법을 찾는 한편 우리 스타트업도 글로벌시장 접근성이 좋은 핀란드의 강력한 인적ㆍ기술 네트워크와 혁신 생태계를 활용해볼 만하다. 이번 핀란드 방문을 통해 양국 협력이 강화돼 세계 경제 지도에서 양국의 크기가 더욱 커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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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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