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7개월 딸 버려둔 채 외출한 부모…"반려견이 할퀸 뒤 숨져 무서웠다"

2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된 영아가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아기의 부모는 키우던 반려견이 아기를 할퀸 다음날 아기가 사망하자 무서운 생각에 아기를 버려두고 집을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A(1)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은 이날 오전 1시 경찰에 자진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경찰에서 "지난달 30일 오후에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귀가해보니 딸 몸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며 "이후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 오전 11시께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경찰에서"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며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B씨와 C양은 사실혼 관계로 해당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전날 오후 7시 45분께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A양의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 혼자 있었고 숨진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아기는 종이상자에 담긴 채 거실에 있었으며, 양손과 양발, 머리에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보름 전 A양 부모와 관련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8시 22분께 한 이웃 주민은 "아기(A양)가 집 밖에서 유모차에 탄 채 혼자 울고 있다. 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며 112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B씨 부부를 계도 조치하고 A양을 인계한 뒤 철수했다

경찰은 A양의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부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B씨 부부의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고, 마트 주변 CCTV등 이들 부부의 사건 당일 행적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 부모는 일단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며 "우선 A양의 사망 원인부터 파악한 뒤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