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언제부터인지 '문신(文身, Tattoo)'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신은 '입묵(入墨)'이나 '자문(刺文)'이라고도 하는데 피부나 피하조직에 바늘 등으로 상처를 낸 뒤 먹물이나 물감을 넣어 그림이나 무늬, 글씨를 새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새기기는 쉽지만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문신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의 피부는 표피와 진피, 피하조직(피하지방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피하조직의 아래로 근육층이 시작됩니다. 표피는 너무 얇아 문신을 새기기 힘들기도 하고, 표피의 세포들이 죽으면 각질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표피에는 문신을 새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층인 진피층에 새기는데 보통 바늘로 안료를 주입합니다. 이미 새겨진 문신을 제거할 때는 레이저로 진피층의 안료를 머금고 있는 세포를 터뜨려 주입된 안료를 잘게 쪼갭니다. 이 쪼개진 안료가 근처의 림프관으로 들어가 땀과 함께 배출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안료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대식세포 때문입니다. 대식세포는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로 침입한 세균 등을 잡아먹고 소화기 때문에 탐식세포라고도 합니다.
대식세포는 진피에 침입한 안료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잡아 먹습니다. 그러나 안료는 다른 세균과 달리 대식세포가 잡아먹은 뒤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물질입니다. 안료를 분해할 효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안료는 대식세포가 죽을 때까지 몸속에 품고 있게 됩니다. 대식세포가 안료에 염색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식세포가 죽으면 안료가 밖으로 흘러나와 림프관을 통해 배출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출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분화 때문입니다. 대식세포가 죽으면 근처 혈관의 단핵세포가 대식세포로 분화합니다. 그러면서 새 대식세포가 죽은 대식세포를 포식해 처리하는데 안료는 또 다른 세포의 몸속에 고스란히 보관되는 것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문신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미래에는 문신한 부위의 대식세포 재생속도를 조절해서 문신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지금은 레이저로 대식세포를 터뜨리거나, 레이저로 화상을 만들고 그 흉터로 문신을 덮는 식의 방식이라고 합니다.
레이저 시술을 해도 이전처럼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고, 통증도 극심한데다 지우는 비용이 새기는 비용의 10배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비의료인의 비위생적인 시술로 감염의 위험도 큽니다. 바늘이나 잉크를 재사용하면 C형 감염이나 에이즈에 걸릴 수 있습니다.
2017년 독일 쾰른 스포츠 대학의 잉고 푸로베제 교수팀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문신을 한 선수는 3~5% 정도 기량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신으로 인해 피부의 땀 조절 기능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기량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푸로베제 교수는 "문신을 하는 것은 피부에 독을 심는 것과 같다"면서 "혈관을 통해 미세한 잉크가 몸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만약 내가 분데스리가 책임자라면 문신을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문신을 새겼던 사람의 4분의 1 정도가 후회한다는 설문결과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기기 전에는 오래동안 고민하고, 결심한 이후에도 헤나나 스티커타투 등으로 리허설을 먼저 하며, 그래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서면 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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