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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아웃" 특명…뺄셈경영 나선 허인 KB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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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전 본부부서 PPT 사용 금지…부서별 PPT 건수도 모니터링
형식보다 '내용' 중심 업무 문화 정착…불필요한 제도·문화 덜어내는 '뺄셈경영' 주목

"PPT 아웃" 특명…뺄셈경영 나선 허인 KB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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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이 파워포인트(PPT) 사용 금지 특명을 내렸다. 보고서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고, 보고서 작성에 드는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시켜 실용적인 업무ㆍ보고 관행 정착 및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서기 위한 조치다. 취임 이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온 허 행장의 '뺄셈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6월부터 전 본부부서에 PPT 사용을 제한한다. 지난해 9월부터 회의, 보고시 PPT 대신 워드 1~2장 중심의 보고서를 쓰도록 독려해 온 것을 다음달부터는 전 본부부서 PPT 사용 금지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아마존, 국내에서는 현대카드가 PPT 사용 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국내 은행권 중 PPT 사용 전면 금지에 나서는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고 보고서 작성에 수반되는 부수 업무시간 단축을 위해 이 제도를 추진하게 됐다"며 "예외적으로 PPT 사용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 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사업그룹별로 자율적으로 PPT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고, 2단계로 다음달부터는 전 본부부서에 신규 PPT 생성을 금지한다. 현재 진행중인 시스템 개발 작업이 완료되면 사내 PC에서 PPT 프로그램 접근 자체가 안되고, 예외적으로만 접근을 허용하는 예외승인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 과정에서 부서별 파워포인트 파일 생성 건수까지 집계해 PPT 사용 금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허 행장이 이처럼 강도 높은 PPT 사용 금지에 나선 것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 등 기존 국민은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함이다. 보고서 내용은 1시간 고민하고 보고서 디자인 구성에는 3~4시간을 쓰는 비효율적인 문화를 싹 바꿔 실용적인 업무ㆍ보고 문화 정착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는 허 행장의 뺄셈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허 행장은 지난 2017년 11월 취임 후부터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 정착을 위해 기존의 불필요한 제도나 문화를 하나씩 줄이는 실험을 해 왔다.


직원 옷차림이 대표적이다. 여직원 유니폼을 이달부터 폐지, 완전 자율복 체제를 도입했고 남직원의 경우 노타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허용했다. 금융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은행이 직원들의 유니폼을 없애고 노타이를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였다. 여기에 본점 임원실, 부장실을 유리벽을 이용해 개방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팀장, 팀원 좌석 배치도 팀장이 맨 위쪽 가운데에 앉는 기존 'T자형' 구조에서 팀장과 팀원이 나란히 앉는 수평적인 구조로 바꿨다. PPT 사용 전면 금지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 행장이 국내 은행권 첫 1960년대생 행장으로 은행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하나씩 바꾸고 있다"며 "형식보다는 실용, 위계질서보다는 수평 중심의 문화를 통해 KB를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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