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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의 남산 딸깍발이]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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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크·프리드먼이 뿌린 신자유주의 씨앗, 금융위기 이후에도 위상 여전…대중 유인할 간명한 정치언어, 신자유주의 생명력 원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성공은 여러 가지 결과를 낳았다. 그중에는 불평등을 불가피한 필요악으로 수용한 것도 포함돼 있다."


영국 변호사인 다니엘 스테드먼 존스는 '우주의 거장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거장들은 신자유주의 탄생의 역사적 맥락과 발전 과정,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세계 정치·경제 지형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미국과 영국 정치는 물론이고 한국 정치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김영삼 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의 정책도 신자유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이념성향과 무관하게 정치·경제·사회 정책 곳곳에 신자유주의 사상이 녹아 있다.


[류정민의 남산 딸깍발이]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용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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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국가에서 신자유주의 폭풍우가 지나간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심화한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소득층 재산이 부유층으로 이동하는 역으로의 '재분배'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신자유주의 폐해에 주목하는 이들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역행하는 '괴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구세주'로 인식하는 이도 적지 않다. 신자유주의는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인식이 담겼다.


복지 축소, 작은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그동안 수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학자들마다 신자유주의 정의를 놓고 여러 시각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거장들 저자인 다니엘 스테드먼이 생각하는 신자유주의 개념은 이런 내용이다. "개인의 자유와 제한된 정부를 기반으로 인간의 자유를 경쟁적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이기적 행위자의 행동과 연결 짓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이다." 쉽게 설명하면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이나 사회적 합의보다는 경제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게 신자유주의 논리의 근간이다.


신자유주의는 1940년대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고 1980년대 이후 꽃을 피운 사상이다. 수십 년간 진보진영의 거센 공격을 받았지만 2019년에도 신자유주의의 영향력과 질긴 생명력은 유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계를 주름잡던 유명 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의 삶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 사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이에크가 1944년 출간한 '노예의 길'은 신자유주의 불씨를 살린 몽펠르랭회 결성의 토대가 됐다. 사회주의 위험성을 지적한 노예의 길은 여러 언어로 출간돼 세계 각국에 영향력을 미쳤다. 몽펠르랭회는 학자, 언론인, 기업인을 아우르는 네트워크가 돼서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경제사상으로 발전하는 배경이 됐다.


[류정민의 남산 딸깍발이]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용인'


미국의 지식인 프리드먼은 케인스와 더불어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제학자이다. 신자유주의 사상을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시킨 집단은 프리드먼이 속한 시카고학파이다. 케인스의 거시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으로 흔들리자 프리드먼의 변동환율제가 힘을 얻었고 신자유주의도 탄력을 받았다.


신자유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1970년대 세계 정치·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정책입안자들이 쉽게 활용할 대안 이데올로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정치 지도자이다.


대처와 레이건은 강력한 지지기반을 토대로 영국과 미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자유시장, 규제 완화, 낮은 세금, 작은 정부, 유연한 노동시장은 1980년대 영국과 미국 정치를 지배하는 근간이 됐다.


대처의 보수당은 공영주택을 전면적으로 매각하는 내용의 '매입할 권리' 계획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공영주택 매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자기 집을 소유하고 싶은 개인의 욕망 앞에서 힘을 받기 어려웠다. 이처럼 개인의 욕망을 파고드는 신자유주의 이념은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


대처의 '매입할 권리' 계획은 노동계급과 중하층 계급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냈고, 영국 노동당 지지 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다니엘 스테드먼이 주목한 관전 포인트도 이 지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과 영국 사람들의 바람과 결합할 수 있는 간명한 정치적 언어를 찾아냈다. 이 정치적 언어는 식상해진 뉴딜과 사회민주주의 관용구에 대한 강렬한 대체물이었다."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신자유주의 사상은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함께 흔들렸다. 금융 규제 완화의 후폭풍은 세계를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우주의 거장들을 번역한 정치연구소 '대안'의 유승경 부소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은 과도한 신념에 이끌려 기업가들과의 결탁을 용인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실질적 문제에 둔감한 모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는 약점을 노출했다. 금융 위기를 경험하면서 생명력을 다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적 개선 노력은 신자유주의 이념이라는 강고한 벽에 막혀 좌절되곤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방패를 뚫어낼 '이념의 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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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이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지만 아직은 세계 질서를 지배하는 새로운 '상식'이라는 지위를 얻는 존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상의 한계를 넘어설 이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불평등의 용인'이라는 키워드는 우리 마음속의 '욕망'과 맞물려 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정치부 차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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