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파원칼럼]잠자는 거인 깨운 中 굴기

시계아이콘01분 55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잠자는 거인'.


지난 몇 개월간 미국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지만 미국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의 사회간접시설은 낡았고 구식이다. 1904년 개통된 지하철은 쥐가 돌아다닐 정도로 냄새 나고 지저분하고 녹슬었다. 차량 내 에어컨은 가동되지만 역사 안은 찜통이다. 여름이면 온갖 인종이 뿜어내는 체향이 가득해 악취 나는 '사우나'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인 태그식 교통카드도 없다. 이곳에선 여전히 마그네틱 승차권을 써야 한다. 뉴욕시는 최근에야 태그식 교통카드 시범 계획을 발표했다.


주차 때문에 동전을 늘 준비해야 하는 점도 '시대에 뒤떨어진' 일면이다. 가로 주차대에서 결제할 때 신용카드도 쓸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 때문에 현지인들도 대부분 동전만 쓴다. 한 달에 몇 번씩 은행에 가서 동전을 바꿔야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버스를 타도 마그네틱 카드와 동전만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 마그네틱 카드 충전은 지하철역에서만 가능하다.


도로는 보수한 지 오래돼 파이고 깨진 데가 부지기수다. 뉴저지와 맨해튼 북부를 연결하는 일명 '조 다리(조지 워싱턴 브리지ㆍ1931년 완공)'를 건너보면 뉴욕의 교통 인프라가 얼마나 낡았는지 실감이 난다. 전봇대는 수십 년 된 듯한 낡은 나무이고, 도심을 제외하면 지하화 작업도 거의 안 돼 있다. 소화전도 대부분 낡고 녹슬어 미관을 해친다. IT 혁명을 주도한 아이폰의 고향이면서도 인터넷ㆍ모바일 서비스는 수시로 불통이고 고장도 잦아 골치를 썩인다. 미 대륙에는 여전히 육상 운송 수단의 혁명으로 불리는 고속철도조차 아직 없다.


2차 세계대전ㆍ냉전 승리 후 모든 면에서 최선두를 달려오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처럼 몇몇 분야의 시계는 확실히 1980~1990년대에 멈춰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제(美製)'가 최고였던 시대는 오래전 끝나지 않았나. 금융ㆍ컴퓨터ㆍ경영 기법 등 소프트웨어 분야와 군사ㆍ항공우주 분야 등을 제외한 하드웨어 분야에선 자동차 등 첨단 제품부터 단순 조립품까지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에 따라잡힌 지 꽤 됐다. 높은 인건비 등 비싼 비용을 감당하면서 미국 내에 공장을 세워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던 미국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이 돼 전 세계 곳곳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거인이 잠을 자던 사이, 자리를 빼앗겠다고 나선 게 중국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아편전쟁 이후 빼앗겼던 '제국(帝國)'의 자리를 되찾으려 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ㆍ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위안화를 기축통화화해 달러화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다.


결국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잠자던 거인의 코털을 건드리고 말았다. 최근 미ㆍ중 무역 전쟁을 촉발한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 깨어난 거인은 예전과 달리 '셰일 오일'라는 신무기까지 장착한 터다. 셰일 오일 붐은 최근 미국 경기 활성화의 실질적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중동에서의 해상 수송로가 끊길까 노심초사할 필요 없이 유류 자급이 가능해진 거인은 거칠 게 없어졌다. 1980년 해상 수송로 안전 보장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던 카터 독트린 이후 세계의 경찰국가 노릇을 하며 '오지랖'을 넓혔던 미국은 이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을 노골화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무역 전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미국은 이제 더 노골적으로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2016년 말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힐러리 민주당 후보는 무역이 미국에 이로운지 아닌지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좋을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


AD

걱정되는 것은 오만 가지 일을 다 정리해주던 미국이 손을 놔버리는 세계 질서 속에서 펼쳐질 한국의 미래다. 가뜩이나 북한이라는 최대 위험 변수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백년지대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1211:20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인근 신축 아파트 33평(전용면적 84㎡)이 전에는 24억원에 호가가 형성됐어요. 그런데 양도세 중과 발표가 나오고 2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고 이젠 21억원에라도 팔겠다고 하네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이 확정된 이후 시장에선 체감할 만큼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고 있다. 수억원씩 호가를 낮춰 내놓거나 세입자가 있어 당장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엔 위로금 명목의 웃돈을 주고 매각하

  • 26.02.1211:00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사업자들의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5.3포인트 상승한 95.8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11.9포인트 올라 107.3으로, 비수도권은 16.0포인트 상승한 93.3으로 전망됐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주택사업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 26.02.1107:00
    "국가가 부동산 개발 판 깔았다"…1·29 대책에 업계 '새 사업 검토'
    "국가가 부동산 개발 판 깔았다"…1·29 대책에 업계 '새 사업 검토'

    정부의 1·29 도심 주택공급 대책에 부동산개발업계가 새 사업 검토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공공 유휴부지 10여곳과 노후청사 34개소 위치 및 착공 일정을 공개하자 인근 민간 유휴부지까지 개발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까지 악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묶여 있던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규모 검토와 사업성 분석에 나서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규모 검토 이미 시작…PF사태

  • 26.02.0713:56
    다음 주 3492가구 공급 예정…1분기 서울 분양 2002년 이후 최다
    다음 주 3492가구 공급 예정…1분기 서울 분양 2002년 이후 최다

    다음 주에는 전국 2개 단지서 총 3492가구가 공급된다. 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둘째 주에는 전국 2개 단지 총 3492가구(일반분양 901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전주 1194가구와 비교할 때 2298가구 늘어난 수치다. 단지별로 인천 남동구 간석동 '포레나더샵인천시청역'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e편한세상센텀하이베뉴'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포레나더샵인천시청역은 지하 4층에서 지상 최고 35층, 총 24개동, 전용면적 39∼84

  • 26.01.2411:40
    다음 주 줄어든 물량…전국 3개 단지서 184가구 분양
    다음 주 줄어든 물량…전국 3개 단지서 184가구 분양

    1월 넷째주 분양 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전국 3개 단지서 총 184가구가 분양에 돌입한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넷째 주에는 전국 3개 단지 총 184가구(일반분양 156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전주 3260가구와 비교할 때 3076가구 줄어든 수치다. 다음 주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형남아파트6차', 경기 김포시 양촌읍 '여기가(장애인자립특화형공공임대)' 등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형남아파트6차는 지하 1층∼지상 최고 8층

  • 26.02.0307:05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4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3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2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1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 26.01.2907:47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 26.01.2811:24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긴장감이 높아가는 흐름이다.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직접 언쟁을 주고받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세력 격돌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그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이 수석최고위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해 1시간 인터뷰했고, 27일엔 전화

  • 26.01.2611:31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