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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19세기 과학자의 '바보실험' 엿보기, '다윈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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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19세기 과학자의 '바보실험' 엿보기, '다윈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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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나는 다윈이 우리 연구실에서 실험 기술을 배운다고 왔을 때 다윈의 연구가 얼마나 엉성하게 이뤄지는지 처음 알게 됐다." 저자는 위대한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을 이렇게 평가한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다윈은 이를 무례한 평가라고 화를 내기보다 스스로의 실험을 '바보실험'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윈의 실험실'은 생물학 분양에서 전설적인 존재인 그가 생물학 분야를 집대성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삽질'을 아끼지 않았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다윈의 실험은 늘 여정이 길었다. 덩굴식물의 손이 뻗어 나오는 것을 몇 시간이나 동안 꼼짝없이 지켜보기도 했으며, 씨앗의 전파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가장 낮은 먹이사슬로 가정한 물고기가 씨앗을 먹을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기도 했다. 상상하지 못한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눈과 귀가 없는 지렁이들이 주변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피아노를 쳤다. 다윈은 피아노 위에 화분을 얹고 어떤 음의 건반을 쳤을 때 지렁이들이 반응하는지, 또 얼마나 빨리 지렁이 굴로 사라지는지를 관찰했다. 갈라파고스 섬에선 썰물에 맞춰 바다이구아나를 멀리 던지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바다이구아나는 언제나 침착하게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의도한 결론을 얻지 못한 실험도 많았다. 다윈은 오리의 발바닥에 얼마나 개구리밥이 많이 붙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오리 두 마리를 개구리밥이 가득 담긴 냄비에 넣었다 빼는 실험을 했지만 그가 기록한 결론은 다소 엉뚱하게도 "오리 깃털에도 개구리밥이 붙는다"였다.


차가운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요즘의 생물학 연구와 달리 19세기 과학자들은 '탐문연구'를 즐겨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윈의 연구들은 현대적인 환경에서 홀로 생각하고 빠르게 완성한 것이 아닌 끈질긴 관찰, 주변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어린 자녀들, 친구, 사촌, 조카, 집사, 가정교사까지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켰다. 동료 학자들에게도 수시로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다보니 다윈의 편지에는 그의 위대한 발견만큼이나 읍소하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발 그 벌들 좀 잡아주게"라든가 "제발 그 딱정벌레를 구해주게" 라든지 말이다. 도움을 준 주변사람들에게 다윈은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꿀벌의 혀를 연구할 당시 꿀벌의 혀가 길고 짧은 두 종류로 나뉠 것이라는 그의 가설이 틀렸음이 확실해지자 그는 그를 도왔던 친구에게 "내 멍청한 부탁을 들어주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길 바라네. 정말 미안하게 됐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녀들과는 꿀벌의 경로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윈은 "우리 아이 대여섯이 '윙윙 정거장' 주변에 한 명씩 서 있다가 벌이 나타나면 바로 '여기 벌이 있어'라고 소리치도록 했다. 아이들은 그것이 대단한 모험이라고 생각했다"고 일화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저자는 주변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친구이자 남편, 아버지였다. 저자는 "다윈이 쓴 기념비적인 책들은 지금도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윈을 열렬히 추종하는 지지자들조차 그가 얼마나 편지를 즐겨 쓰고, 실험을 좋아하며 혹은 가정적인 남자였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윈의 여덟 아이들은 다윈의 실험실에서 함께 지렁이를 관찰했으며 아들 호레이스는 다윈이 말에서 떨어져 허리와 다리를 심하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을 때, 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그가 즐겨 살피던 식물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의 아내는 자연을 관찰하는 다윈을 종종 관찰했다. 아내는 "남편은 끈끈이주걱이 동물이라고 밝히고 싶은 것 같다"든지 하며 연구에 빠진 다윈의 근황을 주변에 알리기도 했다. 장남인 윌리엄에게 보낸 편지에선 "실크 가운을 입은 남편이 명예법학박사 학위증을 받아든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화론'의 선구자가 된 다윈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목회자였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이다. 저자는 다윈이 의대에 진학했다가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는 점을 소개한다. 다윈의 아버지는 다윈이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자 목사라는 직업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보냈다.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의 모습을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로만 생각했다. 다윈에게도 진화와 분화의 원리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윈은 생명의 현상을 간단히 '신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아이를 병으로 잃고 나선 "나는 뻐꾸기 새끼가 배다른 형제를 둥지에서 밀어내는 것도, 개미가 노예를 사냥하는 것도, 맵시벌과 유충이 살아있는 모충의 몸을 파먹는 것도 모두 특별히 부여받거나 창조된 본능이 아니라 모든 생물의 발전을 이끄는 일반법칙, 강자는 살리고 약자는 제거하는 법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생존경쟁이 보편적인 진리임을 인정하기보다 쉬운 일은 없고, 이 결론을 계속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윈은 이처럼 실험실이 아닌 시골집에서 과학을 하던 전형적인 19세기 과학자였다. 그의 발견과 업적은 현대적인 환경에서 홀로, 빠르게 완성한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씨앗 실험, 따개비 실험, 벌집과 비눗방울 실험 등 일반 독자들이 다윈의 실험을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실험 재료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직접 살펴봄'으로써 훨씬 더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면서.


다윈의 실험실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와이즈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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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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