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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病, 최고의 '병역기피 수단'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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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 승인 가능성 높아
복지부 표준질병 반영 계획…병역 회피·범죄 수단화 우려

게임病, 최고의 '병역기피 수단' 된다면…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오는 20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을 지정할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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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흥순 기자] "청소년기에 게임에 몰입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고,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리학 박사인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는 14일 아시아경제와 통화하면서 격정을 토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28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라는 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제 11차 개정안(ICD-11)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ICD는 나라별로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권고안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관련 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이 승인될 경우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반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용을 질병으로 규정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질병코드로 섣부르게 분류할 경우 관련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WHO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병역·범죄도 게임탓"…노시보 효과 = 이 이사는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이 공식화될 경우 '노시보 효과'와 '병적이득' 현상이 부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시보 효과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병적이득은 '범죄자가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려 감형을 시도하거나 병역과 같은 사회적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가리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의 주 이용층인 전국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8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 가운데 남학생 비율이 0.4%로 여학생(0.2%)보다 높았다. 과몰입위험군도 남학생(2.3%)이 여학생(0.7%)보다 많았다. 향후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남학생들이 게임이용장애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아 진료기록에 남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병무청은 2011년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복무부적합자 소집해제 처리규정 3조 1항에 "알코올, 마약, 게임중독으로 6개월 이상의 치료(교정)를 요하는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곤란한 사람"을 복무부적합자로 규정했다가 2015년 2월 게임중독 항목을 삭제한 전례가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판정검사의 새로운 질병처분 기준은 국방부에서 정한다"며 "(게임이용장애가)여기서 지정이 된다면 병역판정 여부를 심사하는데 도입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부담금·과잉진료…후폭풍 거셀듯 =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부담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업자로부터 부담금을 거둬 치료하는 데 쓰자는 것이 골자다. 현재 담배에 대해 일정 금액 부담금을 매겨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조성, 각종 금연ㆍ보건사업에 쓰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위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게임업체에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과해서 게임중독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손인춘 전 의원이 게임중독 치유를 위해 게임사업자 매출의 1% 이하에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당시 업계반발은 물론 기획재정부ㆍ문체부 등이 부담금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고 법안은 자동폐기됐다.


과잉진단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도입 초기 비보험항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인 높은 점을 악용,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이나 청소년에게 손쉽게 질병 프레임을 씌우고 진료를 남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경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상적 몰입활동을 병적인 것으로 오인해서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을 우려가 크다"면서 "학업 스트레스나 또래로부터 소외되는 등의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개별 환자에만 초점을 맞춰 약물, 심리, 행동치료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수출 '효자'…현실은 규제범벅 =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ㆍ음악ㆍ대중문화 등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75억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게임이 약 56%인 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게임이 책임졌다.


그러나 게임과몰입 같은 부정적 이슈가 부각됐다. 심야시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PC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처럼 규제도 뒤따랐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최근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처럼 게임에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확신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에만 특정해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업계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분류를 지속적으로 반대할 계획이다. 게임과 문화ㆍ예술 분야의 65개 협ㆍ단체가 꾸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ICD-11이 승인되더라도 각 나라에 이를 적용하려면 5년 이상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국내 실정에 맞춰 선택적으로 이를 도입하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등의 본격적인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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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는 정책토론회와 포럼, 공청회 등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고,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나 치료방법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5년 이상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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