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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아빠와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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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산다. 오늘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한 여성의 이야기를 용기 내 적을까 한다.


그 여성으로부터 우리는 잘 모르는, 다른 얼굴을 직접 본 것은 2011년께다. 봄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후배 기자와 함께 강남역에 있는 '유익한 공간'이라는 자그마한 카페에 들렀다. 취재 목적이었다. 그 여성은 자신이 주관한 일일카페에 우리 둘을 초대했다. 당시 2회째였던 일일카페는 그 여성의 주도로 '미친(미투데이 친구)'과 '트친(트위터 친구)'이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작은 봉사 활동이었다. 일일카페 분위기는 굉장히 젊고 활기차고 밝았다.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의 그 여성은 처음에는 수줍은 듯 머뭇거리다 금세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들더니 자리를 주도했다. 또 다른 사연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둘에게는 철 없는 재벌가 막둥이의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초동여담]아빠와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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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그 여성이 어리광 가득한 막내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아빠와 엄마가 깜짝 등장하면서였다. 카운터에서 선불로 차값을 받고 있던 그 여성 앞에 선 아빠는 카페라테 1잔과 망고주스 1잔을 주문하고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앉을 자리를 찾았다. 주위에서 "선불이에요~!" 소리치자 아빠는 귀여운 표정을 짓고 딸을 쳐다보며 "이따 계산할게"라고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여느 아빠와 딸의 대화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일 터. 1만원어치 음료를 마신 아빠는 딸의 봉사 활동 수익금과 후원금이 국제아동돕기연합의 탄자니아 어린이 구호 사업에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고 100만원을 쾌척했다.


눈치 챘겠지만 그 여성은 '물컵 갑질'로 유명세를 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다. 막내딸의 봉사 활동 현장에 들러 힘을 실어준 아빠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 전 전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빠를 졸졸 따라 국내외 여행을 다녔다. 그런 막내딸을 조 전 회장은 끔찍이도 아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고인의 영면을 빈다.



산업부 김혜원 기자 kimhye@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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