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절반 안팎으로 급감한데 이어 향후 먹거리인 수주물량도 두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수주물량 감소는 일감 부족으로 이어져 영업이익 감소→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등 악순환의 덫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성장 기여도가 높은 건설업이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5대 건설사(삼성물산ㆍ현대건설ㆍ대림산업ㆍ대우건설ㆍGS건설)들의 1분기 국내외 수주 실적은 총 10조3308억원으로 11조8278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떨어졌다.
이는 수주 호황기를 맞았던 2016년 1분기 수주액(16조8429억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이 지난해 4조5162억원에서 올해 2조9044억원으로 35%나 빠졌고 삼성물산(1조4700억원→1조1810억원), GS건설(1조9720억원→1조3750억원)도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의 경우 국내 정비사업에서 수주 실적을 이어가며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해외에서의 부진은 피하지 못했다.
수주액의 감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작년부터 국내외서 일감부족에 시달렸던 건설업계가 올 1분기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물산의 경우 1분기 매출은 7조35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050억원으로 49.7%나 감소했다. 대우건설도 올 1분기 2조309억원의 매출, 98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4%, 45.9%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GS건설도 영업이익 감소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해외부문 매출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전체 매출이 전분기 대비 19.5% 줄었고 영업이익도 14.0% 하락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8%와 51% 줄어든 셈이다. 현대건설 역시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 1분기 매출은 3조877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52억원으로 6% 떨어졌다. 5대 건설사 중에는 대림산업만 매출보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가 지난해 보다 6.2% 감소한 135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내 최저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액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매년 줄어들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당초 예정됐던 대형 공사 수주가 순연되고 있는데다 중국, 터키, 인도 등 선진국 건설사도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결국 상당 기간 어려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단 얘기다. 건설사들은 구조조정과 해외 틈새시장 공략 등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불황의 파고를 넘으려고 하지만 먹거리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시장 모두 발주 물량이 감소하며 시장 규모가 축소된데다 경쟁까지 더해져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펼치기가 힘들어졌다"며 "해외시장 전략을 새로 수립해 경쟁력을 다시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용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해외수주 시장의 경우 중동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에는 수익성까지 크게 떨어지며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건설업의 침체는 일자리 감소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해외수주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투자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