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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전 발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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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前 연세대 교수, 지소선생문집에서 홍길동 일대기 '노혁전' 찾아내
"최초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허균과 무관…소설에서 허균 사상 거의 없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윤석 전(前) 연세대 교수가 약 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한문 홍길동전의 발견으로 한글 홍길동전이 허균(1569~1618)이 쓴 것이 아니라 작자 미상의 소설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윤석 교수는 지소(芝所) 황일호(1588~1641)가 쓴 홍길동 일대기인 노혁전(盧革傳)을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서 찾았다고 24일 밝혔다. 노혁전은 황일호가 전주 판관으로 일하던 1626년 전라감사 종사관 임게에게 이야기를 듣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문 홍길동전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혁전의 설정은 홍길동전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노혁전의 앞부분에는 "노혁의 본래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니, 실로 우리나라 망족(望族·명망 있는 집안)이다. 불기(不羈·구속을 받지 않음)의 재주를 품었으며, 글에 능했다"고 적혀 있다. 노혁전에서 홍길동이 도둑의 우두머리이고, 어머니 신분이 미천하다는 점도 한글소설 홍길동전과 비슷하다.


이 전 교수는 "노혁전은 당시에 전하는 홍길동 관련 이야기를 모두 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400년 전 한문으로 쓴 홍길동전 발견돼 황일호 문집에 나오는 홍길동전붉은색 선 안이 제목인 노혁전(盧革傳)이다. 푸른색 선 안은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는 뜻이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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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은 조선시대에 실존한 도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연산군 6년(1500) 10월22일 정승들은 "강도 홍길동(洪吉同)을 잡았다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하여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청컨대 이 시기에 그 무리를 다 잡도록 하소서"라고 아뢨다. 이후에도 실록에는 선조 21년(1588)까지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 전 교수는 "실록에는 일관되게 홍길동이 도적으로 기록돼 있다. 충청도 지역에서 활동한 상당히 큰 도적떼의 우두머리였다. 무인으로 공을 세워 당상관이 된 엄귀손과 친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즉 홍길동은 1500년을 전후해 악명을 떨친 도둑인데, 황일호가 후대에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접한 뒤 홍길동전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이 전 교수는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설의 근거가 이식(1584∼1647)이 쓴 '택당집'에 등장하는 "허균은 '수호전'을 본떠서 홍길동전을 지었다"라는 문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세상에 전하는 홍길동 이야기를 바탕으로 1800년 무렵 알 수 없는 어떤 작가가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한글소설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사상이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는 한문 홍길동전을 내달 3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한국 고전 정전(古典正典)의 재인식: 우리가 몰랐던 홍길동전' 학술대회에서 소개한다. 학술대회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 예술계의 홍길동전 활용, 홍길동전 번역의 계보, 아동 독서물에서 홍길동전 성격과 위상에 대한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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