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스위스 리트베르크박물관이 소장한 불화 '추파당대사 진영(秋波堂大師眞影)'이 국내에서 보존처리를 마치고 돌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년간 진행한 이 작업을 완료했다고 12일 전했다.
진영(眞影)은 입적한 승려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그린 초상화다. '영탱'(影幀)이라고도 한다. 추파당대사 진영은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속 인물은 바닥에 둥근 자리를 깔고 앉았으며, 검은 장삼과 붉은 가사를 착용했다. 오른손으로 염주를 쥐었고, 왼손으로는 좌선할 때 쓰는 지팡이인 주장자를 들었다.
추파당은 승려 법호(法號)이고 실존 인물로 판단된다. 문헌 기록이 없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리트베르크박물관이 진영을 입수했을 때는 족자 없이 그림 낱장만 남은 상태였다. 또 과거에 화면 앞쪽이 물에 젖어 얼룩이 번졌다. 표면에 흰 곰팡이가 끼기도 했다.
중앙박물관은 X선 촬영과 적외선 분석을 진행해 손상 정도와 보존처리 흔적을 파악했다. 얼룩과 곰팡이를 제거하고 결손 부분은 유사한 조직의 비단으로 보강했다. 아울러 화면 뒤쪽에 딱딱하게 굳어서 붙은 접착제와 종이를 없애고, 전통 불화 형식을 따라 족자 장황을 했다.
중앙박물관 측은 "추파당대사 진영은 풍성한 옷자락의 자연스러운 음영 효과, 인품을 드러내는 차분한 안면 표현이 특징"이라며 "안동 광흥사에 있는 '성주당 연축선사 진영'과 흡사하다. 조선시대 승려들이 특정 지역에 머물며 문도를 이뤘다는 점에서 두 승려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불화는 15일 중앙박물관에서 칸 트린 리트베르크박물관 큐레이터에게 전달된다. 이튿날 스위스로 이송된다. 리트베르크박물관은 향후 상설전시와 교육에 불화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