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벌어진 중국-필리핀…두테르테 "티투섬 건드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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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친(親) 중국 외교 노선을 밟으면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왔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마저도 이번엔 목소리에 힘을 줬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필리핀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남중국해 섬에서 중국은 이제 그만해라"며 "만약 중국이 멈추지 않으면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경고가 아니다. 친구에게 해주는 충고다"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간청하거나 애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파가사섬(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티투섬, 중국명 중예다오)을 건드리면 이것은 다른 얘기가 된다. 나는 군대에 '자살임무(suicide mission)'를 준비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행위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국과 전쟁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고도 전했다.

2016년 취임 이후 꾸준히 친중 노선을 드러낸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와 같은 중국을 향한 강경 발언은 앞서 필리핀 외교부가 중국 선박의 파가사섬 출현에 대해 경고성 성명을 발표한데 이은 것이다.

전날 필리핀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항의 성명을 내고 "티투섬은 필리핀이 주권과 관할권을 갖고 있다. 이 섬과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다른 섬 근처나 주변에 중국 선박들이 출현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규모 중국 선박이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출현하는 것은 그 의도에 대한 의구심과 강압적인 목적을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며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런 행위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취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같은 필리핀 외교부의 공식 항의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필리핀 외교부 성명 발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접적 답변을 피한채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지난 3일 솔직하고 우호적으로, 그리고 건설적으로 얘기를 나눈 바 있다" 정도로만 답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파가사섬 인근에 중국 선박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올해 1~3월 이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살바도로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1일 "올해 티투섬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중국 선박은 275척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