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5분만에 불법 동영상 10건 공유
회원 1만명 이상 오픈채팅방 '난무'
'미성년''연예인' 등 자극적 제목에 영상 배포 부추기기도
정준영 사태 이후에도 지속 빨간방을 문의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트위터/블로그 캡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이 여성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지인들과 공유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불법영상 공유도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빨간방'이라고 불리는 익명의 불법 채팅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2일 빨간방 운영자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38개의 오픈채팅방이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 포함된 인원만 1만명이 넘는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미성년자 입장제한도 없다. 유포되는 영상에 대한 설명으로 '연예인 유출', '일반인 유출', '미성년자'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다. 심지어 '제보도 받는다'며 영상 배포를 부추기기까지 한다. 채팅방에서 2차 가해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7년 처음 등장한 '빨간방'은 이번 '정준영 사태'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악으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름으로 꾸준히 운영됐다. 실제 얼마 전 이곳을 신고하기 위해 채팅방에 참여했다는 한 여성은 "단톡방에 들어간 지 5분도 안 돼 공유된 영상만 10건이 넘고 보통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유포된 리벤지포르노였다"며 "채팅방 이름도 '박물관'이라고 변경해 겉으로는 몰카를 공유하는 방이라는 의심도 들지 않아 상당히 보안이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행법상 카톡방 등을 통해 불법 촬영 영상을 배포하는 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런데 오픈채팅방으로 이뤄지는 영상 공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나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제약 때문에 대화 내용을 다 들여다 볼 수 없고, 철저한 익명성 보장으로 추적과 복원이 어려워 증거물을 확보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결국 내부자의 신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자 1일 여성가족부는 오픈채팅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도 유통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집중 점검단속을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 등과 협업에 오는 5월 31일까지 60일간 진행된다.
이런 여가부의 단속 시행에도 여성들은 그 이상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20대 여성은 "이번 단속으로 해당 기간 동안에는 빨간방 운영자들도 자중하지 않겠냐"며 "단속기간이 지나면 제2, 제3의 빨간방이 무한하게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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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사기업인 만큼 업체에서의 동참이 없이는 필터링 프로그램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오픈채팅방에서는 영리 목적이 아닌 무료 배포로 이뤄져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난제로 지적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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