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87 대선전 김현희 데려와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5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1988년 외교문서 공개
5공 정권, 대선前 이송 안간힘
사마란치, 88올림픽 남북 분산개최 제안...실상은 공산국가 참가 명분
中, 열차로 서울올림픽 참가 추진하다 무산

"87 대선전 김현희 데려와야" 김현희./사진=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전두환 정권이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정황이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31일 외교부가 30년 경과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주요 내용 요약본)와 함께 일반에 공개한 자료에는 KAL기 폭파사건과 88서울올림픽 등과 관련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 당시 김현희가 붙잡혀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당시 외교부 차관보는 바레인 측과의 면담 뒤 "늦어도 (1987년 12월) 15일까지(김현희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15일까지 도착'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대선(12월 16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이송 일정이 연기되자 박 차관보가 "커다란 충격"이라며 "너무나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바레인 측을 압박하는 장면에서는 대선 전에 데려와야 한다는 초조감이 읽힌다.


특히 바레인 측이 신병 인도에 대한 결정을 미루며 한국 대선에 대해 언급하자,우리 측 당국자가 미국이 바레인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전두환 정부가 KAL 858기 폭파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황은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확인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계획 문건 등으로 이미 사실로 확인된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상당한 외교노력이 기울여 졌음이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88서울올림픽과 관련해서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사회주의 국가의 대회 참가 명분을 제공할 목적으로 이를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88올림픽의 남북 분산개최를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면서도 한 제안이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한국은 '안된다'고 하지 말고 'IOC가 공식적으로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용의가 있다' 정도로만 답하면 된다"고 조언했고 예상대로 북한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이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을 열차에 태워 한국에 보내려 했으나,북한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중국 외교관의 증언이 담긴 문서도 이번에 공개됐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572)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뉴스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