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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信과 和 두 화두로 '글로벌 두산' 이끈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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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공장청소 말단사원부터 시작

사람 중심의 선진 경영 펼쳐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信과 和 두 화두로 '글로벌 두산' 이끈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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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됩니다. 또 내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은 모두 약속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말을 줄이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죠."


'침묵의 거인'으로 불리던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박 명예회장은 인화를 중시한 경영으로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 명예회장은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1973년 동양맥주 부사장, 1978년 두산산업 회장등 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1960년 한국산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남의 밑에 가서 남의 밥을 먹어야 노고의 귀중함을 알 것이요, 장차 아랫사람의 심경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강조한 선친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3년간의 은행생활을 마친 뒤 동양맥주에 입사했을 때도 공장 청소와 맥주병을 씻는 말단사원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룹회장을 맡은 이후에는 1985년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베리나인 등의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1990년대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두산창업투자, 두산기술원, 두산렌탈, 두산정보통신 등의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信과 和 두 화두로 '글로벌 두산' 이끈 거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 공장에서 국내에서 첫 생산되는 코카콜라 제품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그룹의 향후 100년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해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두산은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선진 경영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출신 한 원로 경영인은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이라며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제도가 등장하면 남들보다 먼저 해보자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부단한 사업혁신을 추구하면서도 그 중심엔 늘 사람이 있었다. 박 명예회장은 생전에 '인화'를 강조했다. 그는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믿었다.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박 명예회장은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라고 늘 강조했다.


박 명예회장은 한 평생 몸에 밴 겸손으로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1951년 1월, 해군에 자원 입대해 통신병으로 비밀훈련을 받았다. 암호취급 부서에 배치된 후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까지 북진하는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용한 성품 때문에 이 같은 공적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4년 5월 6ㆍ25전쟁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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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예회장의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 등 2남1녀가 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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