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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불사조가 돼버린 '5ㆍ18 망언'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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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불사조가 돼버린 '5ㆍ18 망언'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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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민주화운동 망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5ㆍ18 진상규명토론회가 열린 지 열흘이 지났건만 좀체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 우선 문제의 세 의원이 속한 자유한국당의 처사를 보자. 보도에 따르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유감"이라고 하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문제를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엄중히 다뤄달라"며 자신의 관리ㆍ감독 책임까지 따져줄 것을 요청했다지만 결과는 1명의 국회의원에게만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어떤가. 소속 의원이 걸린 한국당을 제외한 국회의 모든 정당이 모처럼 합심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문제의 3인방'을 제소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치셈법이 작용해 기대난망이다. 지난 18일 국회 윤리위는 박명재 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가 5ㆍ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리위에 회부된 26건을 모두 다룰지, 하반기 국회 윤리특위가 구성된 후 회부된 8건을 다룰지, 5ㆍ18 발언 관련 3건만 다룰지 등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미디어들은 이제껏 단 한 건의 실적도 낸 적이 없는 국회 윤리위의 '공염불'이 이번에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의 조건부 사과(이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 통감(이건 책임지는 행위가 아니다) 같은 말장난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그뿐인가. 시간 끌기에 물타기 등 온갖 편법이 '각 당의 이해관계'라는 화려한 수사에 숨어 자행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결과가 어찌 됐든, 소수일지언정 지금 당장 내 귀에 들리는 큰 목소리가 전부라고 믿는 것이 정치인들인 모양이다.


1980년의 광주는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역사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시위 진압의 명목하에 무참히 짓밟으며 사건은 시작됐다. 우리끼리 죽고 죽이는 전쟁이 됐다. 형과 아우, 누나와 여동생, 아버지와 삼촌, 아들과 딸을 잃었던 이들이 지금도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순례 의원도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차원의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사과문에서 밝힐 정도로 이미 국민적 합의로도, 법적으로도 모두 '5ㆍ18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함에도 아직도 이를 부정하고 폄훼하려는 세력이 잔존한다. 영화 '어 퓨 굿맨'에서는 궁지에 몰린 사령관이 홧김에 실토라도 하는데, 5ㆍ18로 확고한 독재 권력의 토대를 구축했던 책임의 당사자는 회고록까지 동원해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나는 이 망령의 토대가 전두환 정권이 휘둘렀던 보도 통제라고 여긴다. 그리하여 이 망령은 때론 정치적으로, 때론 이념적으로 되살아나 현재를 떠돈다.


"죽을 고비를 수차 넘기며 간신히 광주 지역을 빠져나와 전주로 왔는데 그곳은 너무나 평온한 거야. 이게 같은 나라가 맞나 싶었지." 1980년 5월 광주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며 일군의 지식인들이 목숨을 건 광주 탈출 후 서울에 도착해 당시 내가 근무하던 언론사를 찾아와 처음으로 내뱉은 그 말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철저하게 봉쇄된 광주, 완벽하게 통제됐던 보도. 당시 미디어에 주어졌던 '폭도'의 프레임, 은밀하게 조작된 유언비어들은 불사조의 망령이 돼 40년째 우리 사회에 파열음을 조장하고 있다. 만약 언론이 당시의 현장을 제대로 보도했다면 망령과의 소모전이 이토록 오래 되풀이될 수 있었을까.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는 쉽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엄청나다는 교훈을 5ㆍ18 망언은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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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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