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법조계 만연한 성범죄…가해자 제대로 벌받아야”
검찰 개혁 촉구하기도 “검사·수사관이 새빨간 거짓말”
“대법원까지 가지 않을까…끝까지 진실 밝히기 최선 다할 것”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고통 겪고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폭로한다)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46·사법연수원 33기)는 안태근(53·20기) 전 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인 24일 이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 명의 검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피해자로서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많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그리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야 만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안 전 검사장에게 검찰의 구형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 국장이던 2015년 8월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검찰의 공소 내용을 반박한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검사를 포함한 검찰 내부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감찰관실이 진상 파악에 나섰고 이를 안 전 검사장이 충분히 인지한 뒤 인사상 보복을 줬다고 판단했다.
서 검사는 이날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뒤 가장 처음 빙상계를 비롯한 체육계, 법조계에 만연한 성범죄 피해자들을 떠올렸다고 언급하다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가해자는 제대로 벌받아야 한다. 그 것이 ‘미투’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라며 “저는 미투의 성공 여부는 검찰 개혁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특히 “그간 굉장히 많은 사건을 봐왔고 허위 진술을 하는 사람을 많이 접했지만 검사, 수사관이라는 사람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충격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검찰에서 저를 싫어하는 이유는 안 검사장이 아직까지 검찰 주류기 때문”이라며 “전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는데 검찰에서 양 전 대법원장 역할을 했던 사람이 안태근 전 검사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검찰을 사랑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검찰,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되길 원해 이 자리에 있다”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지 않을까 싶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혀내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서 검사 측 서기호 변호사도 “1심에서는 피해자로서 의견 진술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수사 기록을 복사받은 것 중에 부당한 인사발령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인사자료를 추가로 열람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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