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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왜] '15년 미제' 부산 다방 살인사건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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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증거 사실만으로 사건 증명됐다 보기 어려워"
동거녀 발언·사망시점·제3자 범인 가능성 등 이유

[대법은 왜] '15년 미제' 부산 다방 살인사건 원점으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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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왜'는 대법원이 판결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낸 사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원심과 법리해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좀 더 깊이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2002년 5월 부산의 한 바닷가에서 손발이 청테이프로 묶인 채 칼에 수십 차례 찔린 20대 여성 A씨(당시 21세)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시신에는 범인을 특정할 만한 DNA나 지문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목격자,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분류됐지만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덕에 2015년 재수사가 시작됩니다. 시민들의 제보와 경찰의 추적 끝에 2017년 용의자 양모(47)씨가 검거됐습니다.

양씨는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21일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법은 왜] '15년 미제' 부산 다방 살인사건 원점으로 15년 전 발견된 살인사건 피해자 시신이 담긴 마대자루 [부산경찰청 제공=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간접증거와 간접사실 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단정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씨는 지난 2002년 5월 오후 10시쯤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A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인근 바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양씨는 범행 다음 날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A씨 통장에 든 295만원을 인출하고 부산 북구 한 은행에서 알고 지내던 주점 여종업원 2명을 시켜 A씨의 적금 500만원을 해지해 챙긴 혐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어 수사기관이 제시한 건 간접증거였습니다. 수사당국은 양씨가 A씨를 납치·협박했기 때문에 그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증거는 양씨의 동거녀 B씨가 "물컹한 내용물이 담긴 마대자루를 함께 옮겼다"고 한 진술입니다. 양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점, 유사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도 증거가 됐습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양씨는 2003년 3월경 고급 승용차를 혼자 운전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흉기를 대며 입과 손발을 청테이프로 묶어 억압한 뒤 돈을 강취하고 강간하려 한 혐의로 2004년 1월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2016년 5월경 두 차례 살인 공소시효 등을 검색하기도 했습니다.


하급심은 "숨진 여종업의 통장 비밀번호를 손쉽게 알아낸 점, 적금의 존재를 미리 알고 해지한 점, 양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 점 등을 미뤄 강도살인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무기징역형을 내렸습니다.

[대법은 왜] '15년 미제' 부산 다방 살인사건 원점으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먼저 동거녀 B씨의 진술을 문제 삼았습니다. 법원은 "B씨가 양씨가 마대자루를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고, 양씨가 마대자루를 혼자 끌 수 있을 정도의 무게라면 굳이 범행이 탄로날 위협을 무릅쓰고 B씨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B씨는 양씨가 자동차에 마대자루를 싣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다가 경찰관이 사체 유기의 공범이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바로 진술을 변경해 양씨가 마대자루를 자동차 위에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경찰관의 암시나 공범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방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부검결과 사망추정시간이 2002년 5월 22일 새벽인데 양씨가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한 시간은 당일 오후 12시 18분경으로,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간 및 비장 조직에서 알코올 농도가 0.074%로 측정됐는데 원심에서는 사망일시의 의미,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점, 부검에서 나온 알코올 농도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심리해 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간접증거로 채택한 '경제적 곤궁상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되는 것은 피고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일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이씨는 초기 조사에서 자신의 행적, 피해자와의 전화통화 여부, 피해자를 만났는지 등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고 피해자의 실종 이전과 다르게 이후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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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사망추정시간으로부터 39시간 동안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한 생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 특수강도 전력도 있다는 점을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양씨가 아닌 제3자가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도 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양씨가 진범일지 아닌지는 다시 파기환송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게 됐습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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