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통신망 구축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가상도시에 건물·고속도로·교차로·터널 등 실험환경 조성
작년 말 민간에 개방…2022년까지 310억원 투자로 고도화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문제를 고민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개발된 기술을 '검증'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기죠."
홍윤석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실장은 현재 기술 발전은 자율주행 레벨 3~4단계 수준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이제는 개발된 기술의 철저한 '검증'을 통한 상용화 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영하의 날씨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5G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K-시티'를 찾았다. K-시티는 5G와 4G(LTE)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종합 통신환경이 구축된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다. 약 36만㎡(11만평) 규모로 14개의 시험로를 갖추고 있으며 125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미국의 M-시티, 일본의 J-타운 등 다양한 국가의 자율주행 시험장과 비교해도 가장 큰 규모로 면적만 여의도의 8분의1 수준에 달한다. 실험도시 내부에는 도심, 교외 고속도로, 주차장, 커뮤니티 등 다양한 자율주행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돼 있었다.
K-시티 내부로 들어가보니 실제 도시와 흡사한 가상도시가 나타났다. 교차로를 가운데에 두고 컨테이너 건물들이 병원, 영화관, 음식점의 모습으로 늘어서있고, 레일 위에 올려진 일부 컨테이너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K-시티 관계자는 "실제 도로 환경처럼 건물의 단차나 간격을 임의로 조정하기 위한 장치들"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자동차 전용도로, 터널, 고속도로 요금소 등 각종 실험 환경들이 조성돼 있었다.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완성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기술력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넥쏘와 싼타페, 볼보의 XC40, 메르세데스-벤츠 CLS 등 다양한 차종의 자동 긴급제동시스템(AEB)을 알아보기 위해 가상의 장애물을 설치했다. 시속 30km 속도로 장애물까지 직진하자 신기하게도 자동차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해 정지했다.
신호등과 건물 사이 전봇대에는 크고 작은 통신 수신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4G(LTE)와 5G 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주행 실험을 위한 장치들이었다. 5G 통신망을 구축해 자율주행차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주행할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는 장소는 K-시티가 세계 최초다.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기업이나 학교, 연구 기관들이 K-시티에서 5G 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주행차에 대한 실험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홍 실장은 K-시티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자율주행 기술 실험을 반복적으로 재현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K-시티에 총 310억원을 추가 투자해 자율주행 실험시설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악천후 상황이나 통신 사각지대 등 다양한 추가적인 환경을 조성해 여러 조건에서 자율주행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홍 실장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통신 음영이 발생하는 빌딩 숲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이 가능한지 검증하는 실험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5G 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주행의 국제 표준을 만드는데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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