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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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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플라자에 설치됐던 현대 파빌리온관의 외관을 장식한 반타블랙. 새하얀 눈의 세상에 놓인 새까만 건물이 인상적이었지요. [사진=surreynanosyste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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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곳은 어디일까요? 어마어마한 중력으로 어떤 물체도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이 가장 어두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어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초속 11.2㎞의 속도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합니다. 지구의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속도라는 말입니다. 초속 30만㎞ 속도의 빛조차 빨아들이는 중력이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이지요.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무엇일까요? 지구에도 블랙홀 만큼 빛을 빨아들이는 힘을 가진 것이 있는 것일까요?

흔히 가장 어두운 색은 블랙이라고 합니다. 그 블랙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것이 바로 '반타블랙(VANTA Black)'입니다. 반타블랙은 색깔이라기보다 물질입니다. 반타블랙의 특징이 빛을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물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물체가 빛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바나나는 노란색이라고 알고 있는 이유는 바나나의 표면이 노란색만 반사하고 나머지 색은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블랙이라고 하는 검은색도 빛을 약간 반사하는데 반타블랙은 빛을 거의 완벽하게 흡수합니다.


2014년 영국기업 서리나노시스템즈(Surrey Nanosystems)가 나노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반타블랙은 빛을 99.965% 흡수합니다. 반타(Vanta)는 '수직으로 배열된 나노 튜브(Vertically Aligned Nanotube Array)'의 약자입니다.

[과학을읽다]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반타블랙은 활용가치가 높은 만큼 영국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하이테크 상품입니다. 서리나노시스템즈 직원들이 개발된 반타블랙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진=surreynanosystems.com]



반타블랙의 표면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아주 작은 크기의 나노 튜브가 수직으로 촘촘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각 나노 튜브는 직경이 1~10㎚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5만분의 1정도로 매우 얇습니다. 빛이 수직으로 배열된 나노 튜브 사이로 들어가면 서로 지그재그로 반사하다가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결국 나노 튜브들이 빛을 흡수해버리는 것이지요. 반타블랙이 일명 '블랙홀 색'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블랙홀처럼 중력으로 빛을 당겨 흡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늪처럼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은 맞습니다.


빛을 거의 다 흡수하는 반타블랙은 물체에 굴곡이 있어도 입체감을 전혀 느낄 수 없어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물체의 입체감과 굴곡진 형태를 구분하는 것은 물체 표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밝은색일수록 반사율이 높아 물체의 윤곽과 굴곡을 선명하게 볼 수 있고, 반사율이 낮은 어두운색일수록 구분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타블랙은 우주연구를 위한 천체망원경의 소재로 개발됐습니다. 그러나 개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탐을 내고 있습니다. 빛을 흡수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전파도 흡수하는데다 물에 젖지 않으며, 영하 196℃~300℃의 온도를 견디는 내구성과 구리보다 7배나 높은 열전도성도 갖춘 만능물질임이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천체망원경과 인공위성 개발 등 우주산업은 물론이고, 스텔스 전투기 등 군사분야, 빛흡수율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과 자동차, 의류 및 예술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학을읽다]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불쾌한 몸냄새를 차단해주는 바디 스프레이 제품 용기를 반타블랙으로 만든 모습(가운데). 블랙이지만 똑같은 블랙이 아닙니다. 반타블랙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 완전한 블랙입니다. [사진=surreynanosystems.com]



가치를 알기 때문일까요? 반타블랙은 영국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하이테크 상품이라고 합니다. 개인 자격으로 구매할 수 없고, 허가받은 회사나 연구기관, 교육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블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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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중에서는 영국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영국 정부로부터 사들였다고 합니다. 카푸어의 반타블랙 독점에 대해서는 영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지만 카푸어는 아랑곳 없이 '카푸어 블랙(Kapoor Black)'이라고 소개하며 작품활동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어두운 색, 가장 어두운 물질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탐욕마저 빨아들여 정화하는 '퓨리피블랙(purification-black)' 같은 물질은 언제 발견될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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